경북 영주 등 전국의 인삼 농가들이 코로나19에 따른 소비부진, 폭등하는 생산비와 떨어지는 판매 단가 탓에 생존 위기로 내몰렸다.
17일 경북 영주시 풍기읍 풍기인삼 농가에선 그야말로 곡소리가 터져나왔다. 농민들은 인삼 소비 인구가 점차 줄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고려인삼' 수출길이 막히면서 소비가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한때 '면역력 증대' 입소문에 국내 인삼 가공식품 수요가 소폭 늘었으나, 실제로는 인삼 함량이 극히 적어 도움이 안됐다.
이는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역 농가에 따르면 6년근 인삼 1채(750g) 판매 단가는 2019년 2만원선에서 올해 2월 현재 1만3천원대로 30~40% 하락했다. 심하면 1채 5천원에도 팔린다. 한 농민은 "30, 40년 전 가격 수준"이라고 넋두리했다.
반면 2020년 코로나19 유행 이후 3년 이상 유가와 인건비, 농지 임대료 등 생산비가 폭등했다 보니 적자가 불가피하다.
인삼 농민들은 특유의 '인삼 뿌리썩음병' 등을 피하려 초작지(인삼을 처음 심는 땅)를 찾느라 임차인이 부르는 높은 땅값을 감수한다. 상품성이 가장 높은 6년근을 수확하기까지 7, 8년 간 농사를 지어야 해 중도 포기는 꿈도 못 꾼다.
오른 인건비 부담도 크다. 최근 3년 연간 생산비는 농지 3.3㎡(1평) 당 8만원 꼴이다. 같은 면적에서 수확한 인삼 판매 단가는 5만원으로 3만원씩 적자다.
대출 이자를 갚아야 한다며 부랴부랴 3, 4년근 인삼을 파는 농민도 나온다. 지난달에는 처지를 비관한 50대 인삼 농민 A씨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계단에서 손등을 흉기로 자해했다가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인삼은 정부 수매 대상이 아니다. KGC인삼공사와 인삼농협 등의 민간 수매량은 전체 생산량의 30%에 그친다.
민간 수매가도 턱없이 낮다. 지난해 농민들이 KGC인삼공사에 '수매가가 너무 낮으니 전년보다 18% 올려 달라'고 요구했지만 KGC 측은 수매가를 7%대 인상하는 데 그쳤다. KGC 관계자는 "불경기로 수매가를 인상할 여력이 없는 가운데 농민들과 상생하고자 최대한 인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유섭(59) 풍기인삼발전연구회장은 "배추와 쌀 등은 정부가 나서서 수매해주는데 인삼은 왜 보호받지 못하나. 홍삼(익혀 말린 인삼) 추출액을 단 한 방울 떨어뜨린 '홍삼 가공식품'도 수두룩하다. 올 하반기면 지역 농가 절반이 도산하게 생겼다"고 호소했다.
한편 전국 인삼농가들도 정부와 국회에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13일 인삼 농민 1천여 명(주최 측 추산)은 국회의사당 앞에서 '인삼 농가 생산비보존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대출자금(인삼식재자금) 상환 유예 ▷정부 인삼독립기관 설치 ▷인삼 비축자금제도 등 3대 요구를 내놨다.
이들은 ▷인삼 농업인 최저 보상제 실시 ▷인삼산업법·약사법을 개정해 인삼류 제조업자의 유통·판매 권한 확대 ▷5년근 이하는 '식품'으로 인정하는 소비촉진책 마련 등도 촉구했다.
이홍철 전국 인삼농업 비상대책위원장은 "세계 인삼시장에서 최고라고 찬사받는 우리 인삼은 한국에서는 천대받고 있다. 정부는 인삼 수급 안정을 위해 인삼을 수매·방출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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