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이자 장사로 거둔 수익으로 '돈 잔치'를 벌여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가운데, 금융 당국이 은행 고객의 금리인하 요구권 활성화에 나서 결과가 주목된다. 금융 당국은 비교 공시 제도를 강화해 은행 간 금리인하 요구권 수용 경쟁을 이끌어내고, 금융사 검사에서도 금리인하 요구권을 제대로 운영했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3일부터 은행들이 고객의 대출금리 인하 요구를 수용해 금리를 얼마나 내렸는지를 공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은행업 감독 업무 시행 세칙을 실행했다. 서민들이 고금리로 인해 대출이자 부담이 커짐에 따라 금리인하 요구권을 적극 활용해 '은행 고객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조치이다.
금리인하 요구권은 2019년부터 법제화됐다. 대출을 받은 뒤 취업이나 승진 등으로 신용등급이 개선됐거나 소득이나 재산이 늘었을 경우, 고객이 금융사에 이자를 낮춰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제도이다. 그러나 은행들은 심사 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등 금리인하 요구에 소극적이다. 금감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상반기에 5대 은행의 가계대출에 대한 금리인하 요구권 수용률은 신한은행이 29%로 가장 낮았다. 하나은행(32.3%), KB국민은행(37.9%), 우리은행(46.1%), NH농협은행(60.5%)이 뒤를 이었다. 가계대출 금리인하 요구권 수용에 따른 이자 감면액은 ▷신한은행 27억 원 ▷하나은행 11억 원 ▷국민은행 8억6천만 원 ▷우리은행 7억7천만 원 ▷농협은행 5억 원이다.
은행들은 '돈 잔치'에 비판적인 국민 여론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13일에 이어 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도 은행권을 강하게 질타하며, 예대마진 축소와 취약 차주 보호를 주문했다. 은행권은 이날 3년간 10조 원 이상의 '사회 공헌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은행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국민 신뢰를 되찾는 첫걸음은 대출금리 인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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