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나른한 오후를 만끽하던 중이었다. 청각과 시각을 동시에 만족해주는 연주자의 연주 영상이 보고 싶어 유튜브를 켰다. 곧바로 알고리즘을 통해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 연주 영상을 보게 됐다.
작년 여름 그는 미국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하고 거장들의 극찬을 받아 클래식계를 뒤집어 놓았었다. 천재다, 영재다, 이미 대가다 등 각종 언론 매체를 떠들썩하게 만든 그에 대한 충격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기교는 물론이고 작곡가 라흐마니노프가 이 곡에 무엇을 담아내는지 또 자신은 그걸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를 연구하고 또 연구한 듯한 그의 음악은 44분 내내 꼼짝달싹 못하게 몰입하게 만들었다. 그의 음악은 아름답다고만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거대하고 초인적이었다. 마지막 피날레 부분에서 그는 건반에서 손을 떼며 피아노와 혼연일체의 끝을 보여줬다. 그의 초월한 듯한 표정과 액션도 압권이었다.
그의 영상을 더 찾아보았다. 인터뷰에서 그는 우승이 목표가 아니라 본인의 음악이 깊어지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그것이 관객들에게 전달됐다면 만족한다고 덤덤히 말했다. 그리고 세상사 별로 관심 없고 산에 들어가서 피아노만 치고 싶다는 그의 말이 꽤나 흥미로웠다. 당시 18세였던 소년이 어떻게 세상 다 살아본 사람처럼 생각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만큼 한눈팔지 않고 음악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소망이었다. 그는 완전히 몰입 상태였다. 그를 그토록 몰입하게 한 건 무엇이었을까.
심리학자 칙센트 미하이 교수의 플로우(flow) 이론에 따르면 어떤 사람이 일련의 목표를 해결하기 위해 무언가를 시도하고, 그것에 대해 지속적인 피드백을 받으며, 그 피드백을 기반으로 행동을 수정하는 과정을 통해 몰입 상태에 돌입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겪게 되는 몸과 마음의 전체적인 경험이 결국 경험자의 자신감을 통해 존재 의식을 강화시켜주며, 외부에서 특정한 보상이 없더라고 그 경험 자체를 유의미한 시간으로 느끼게 해준다고 했다. 그래서 몰입이란 어느 한 곳에 모든 정신을 집중하고 완전히 흡수되어 즐기는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를 몰입하게 한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보상받는 자신감과 큰 즐거움이었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몰입하는 순간들이 많아진다면 우리의 인생은 꽤나 행복하고 괜찮은 나날들로 채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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