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견(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구미 아사히글라스와 도급업체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파견 근로자들에 대한 아사히글라스의 업무지시 및 지휘명령 수준, 작업집단 구성 형태나 공동작업 여부 등을 볼 때 파견법을 위반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구지법 제4형사항소부(부장판사 이영화)는 17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직 도급업체 대표 A씨와 원청 및 도급업체 법인에 대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계약 특성 상 도급업체에는 독자적인 물적 설비가 요구되지 않았고, 도급업체 스스로 일정한 조직체계를 갖춰 업무보고, 근무교대가 이뤄지도록 하는 등 독립적 생산조직을 갖췄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도급업체 근로자들이 원청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돼 원청에게서 상당한 지휘 명령을 받고 파견법이 정한 근로자 파견 관계를 형성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증명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는 '도급업체에 원청업체가 일정 부분 업무지시나 제품 검수 등 방식으로 관여할 수 있으며, 도급업체 근로자에 대한 지휘명령은 도급업체 측 관리자에 의해 이뤄졌다고 판단되며, 원청에서 파견법을 위반하는 정도의 업무지시는 없었다'는 아사히글라스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공판을 방청한 해고 노동자들은 무죄를 선고하는 주문이 나오자 법정에서 소리를 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앞서 현장 실사 등 심층적인 심리가 있었던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사건을 이렇다 할 추가 증거 제출도 없었던 2심에서 뒤집었다는 이유에서다.
노조 관계자는 "근로자 지위확인 민사소송에서 1, 2심 모두 승소했고, 형사소송 1심도 이겼는데 사건이 이렇게 뒤집히는 건 납득할 수 없다. 조속히 진행되지 않은 재판에 사과하고 위로해도 모자란 상황에서 해고된 억울한 노동자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사건은 아사히글라스가 지난 2015년 6월 도급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하자 도급계약을 해지하며 시작됐다.
도급업체 측은 노동자들에게 문자로 해고를 통지한 뒤 폐업했고,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실질적으로 아사히글라스 측의 지휘명령을 받은 만큼 파견법에 따라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대구고용노동청 구미지청은 2017년 8월 불법파견을 인정해 '해고자 전원 직접 고용 및 과태료 17억8천만원 지급'을 결정한 뒤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대구지검 김천지청은 재수사 등을 거쳐 2019년 2월 아사히글라스 사장과 도급업체 사장 등을 불법파견 혐의로 기소했다.
2021년 열린 1심에서는 아사히글라스 대표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도급업체 대표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 사에는 벌금 300만~1천500만원을 선고했다.
관련 민사소송에서도 노조 측이 승소해왔다. 하청업체 근로자 22명이 2019년 8월 아사히글라스의 한국 자회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도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7월 있었던 2심도 피고인 사측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지난해 8월 해고 노동자들이 아사히글라스 화인테크노코리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도 회사가 해고 노동자들에게 정규직과의 임금 차액과 해고를 당해 받지 못한 임금 64억13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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