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지하철참사 20주기 추모식이 18일 오전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서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희생자들을 기리는 묵념을 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대구지하철참사 20주기 추모식이 18일 동구 용수동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서 열렸다. 참사가 일어난 2003년 2월 18일 오전 9시 53분과 같은 시간이었다. 희생자 유가족들은 추모공원과 추모탑 건립을 촉구했고 팔공산 동화지구 상가번영회는 이에 반대하는 맞불집회를 열었다. 양측 모두 대구시를 비난한 가운데 홍준표 대구시장을 비롯한 대구시 관계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행사에는 윤석기 대구지하철참사희생자대책위원장 등 참사 유가족들과 김태일 2·18안전문화재단 이사,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 강민구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위원장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추모식은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묵념을 시작으로 추도사, 추모시 낭송. 추모 공연, 추모노래 제창, 헌화 순으로 진행됐다.
2·18안전문화재단 초대 이사장을 지냈던 김태일 재단 이사는 이날 추도사에서 "세상은 우리에게 울음을 멈추라고 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지난 20년 동안 똑같은 비극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사회적으로 대구지하철참사를 함께 기억하고 그 의미를 되새겨 이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각오를 다져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가 추모공원을 조성하려는 것이고 유가족들의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노래가 흘러나오자 객석에 있던 유가족들은 참아왔던 울음을 터트렸다. 아직도 딸의 얼굴이 선하다는 故정지혜 씨의 어머니는 "지난 20년 동안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약속 중 지켜진 것이 하나도 없다"며 "괜한 희망고문만 하다가 2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고 호소했다

대구지하철참사 20주기 추모식이 18일 오전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서 열린 가운데 행사장에서 약 30m 떨어진 곳에서 팔공산 동화지구 상가번영회 주민들이 반대집회를 개최했다. 박성현 기자
추모식은 참가자들이 추모탑으로 이동해 헌화와 묵념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긴 추모행렬 탓에 주최 측에서 준비한 국화꽃 200송이는 금세 동이 났고 유가족들은 추모탑에 새겨진 희생자의 이름을 연신 쓰다듬으며 눈물을 훔쳤다.
약 30m 떨어진 곳에서는 추모식을 반대하는 팔공산 동화지구 상가번영회의 맞불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들은 동화사 삼거리부터 시민안전테마파크까지 약 650m에 달하는 도로변에 "테마파크 내 2.18 추모행사 즉각 철회하라", "대구시는 협약서 내용을 즉각 실행하라"는 문구가 달린 현수막 10여 개를 걸고 추모식 시작 15분 전부터 엠프와 마이크를 통해 추모식을 규탄하는 집회를 벌였다.
김남호 팔공산 동화지구 상가번영회장은 "시민안전테마파크 이름을 추모공원으로 바꾸기 위해 동화시설지구 관광 활성화 사업 시행을 조건으로 권영진 전 대구시장과 협약을 체결했지만 지금껏 하나도 지켜진 것이 없다"며 "이를 방관하는 대구시 탓에 우리도 답답할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대구시와 팔공산 동화시설지구 상가번영회는 지난해 2월 추모공원 조성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관광 트램 조성, 도시재생사업 추진 등 사업 시행에 따라 순차적으로 안전상징조형물과 시민안전테마파크 명칭 변경 등에 동의한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맞불집회 도중에는 유가족으로 추정되는 60대 남성이 상가번영회를 향해 고성을 내질러 경찰에 제지를 받기도 했다. 경찰과 소방은 이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각 150명과 30명에 이르는 병력을 현장에 배치했다.
이날 행사에 추도사를 낭독하기로 했던 김종한 대구시 행정부시장은 행사 전날 불참을 통보했고 일찌감치 불참을 시사한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6일에 시민안전테마파크를 둘러본 후 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 지하 2층에 마련된 '기억공간'에 헌화했다.

대구지하철참사 20주기 추모식이 18일 오전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서 열린 가운데 유가족들이 추모탑에 새겨진 희생자의 이름을 쓰다듬고 있다. 박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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