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간에 안 내려도 돼 안심"…대구 시내버스 막차 종점 운행

칠곡, 서재 등 외곽 거주 주민들 수혜
시민들 "막차 시간도 더 늘어났으면"

18일 오후 11시 25분 앞산공원 회차지로 향하는 410-1번 버스 막차가
18일 오후 11시 25분 앞산공원 회차지로 향하는 410-1번 버스 막차가 '약령시 앞'버스 정류장에서 승객을 태우고 있다. 박성현 기자

30여 년 만에 대구 시내버스 모든 막차가 종점까지 갔다. 운행 중간에 승객을 내리게 하는 대구만의 막차 모습은 이제 추억 속의 한 장면이 됐다.

18일 오후 11시쯤 대구 중구 중앙로역 인근 '약령시 건너' 버스 정류장에는 '불토'를 즐긴 시민 20여 명이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는 20~30대 젊은 세대가 대다수였고 취기가 오른 40~50대도 2명 정도 있었다.

승객들은 이날부터 막차가 종점까지 향한다는 소식을 반기고 있었다. 전국 광역시 가운데 유일하게 '중간종료 방식'을 채택해온 대구 시내버스는 운행 중간에 차고지로 향하는 차량이 많아 시민들의 불만이 컸다. 특히 칠곡, 서재 등 외곽에 거주하는 이들은 중간에 내려 도보, 택시 등을 이용해야 했다.

검단동으로 향하는 503번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이지민(22) 씨는 "지금까지는 버스를 타면 복현오거리나 성화여고까지 밖에 운행하지 않아 검단동에 있는 집까지 가려면 30분 가까이 어두운 길을 걷는 게 무서웠던 적이 많았다"며 "오늘은 집 근처까지 안심하고 버스를 타고 갈 수 있어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칠곡으로 향하는 706번 버스를 타는 배지훈(25) 씨는 "지금껏 706번 버스 막차를 타고 집 근처까지 가지 못하고 복현오거리나 학남고등학교 인근에서 내린 경우가 허다하다"며 "최근 택시요금도 올라 집까지 택시비가 2만원에 달하는 등 부담이 컸었는데 버스가 종점까지 간다고 해 정말 다행이다"라며 웃었다.

반대편 정거장에도 막차 종점 운행의 수혜를 누리는 이들이 많았다. 앞산공원 회차지로 향하는 410-1번 막차 버스에 올라타던 손승준(24) 씨는 "여태까지 버스 막차를 타더라도 교대역이나 영대병원역 인근에서 운행을 종료해 집까지 25분 정도 걷거나 공유자전거 등을 이용하곤 했었다"며 "오늘은 버스를 타는 것도 여유롭고 집에서 약 3분 거리의 정류장에서 내리는 덕분에 발걸음이 가볍다"고 했다.

서재로 가는 405번 버스를 기다린다는 이정제(25) 씨는 "우리 동네는 지하철도 다니지 않아 버스 막차를 놓치면 사실상 택시 말고는 귀가 방법이 없었다"며 "그마저도 막차가 서재 초입까지 운행하곤 방천리 차고지로 향해 불편함이 컸다"고 밝혔다.

이 같은 변화는 시내버스를 주로 이용하는 대학생이 개강을 맞는 3월부터 더욱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대구대학교 인근 평사리에서 자취하는 이창연(24) 씨는 "시내 근처 학원에 다니면서 급행 5번 막차를 타게 되면 어디까지 가는지 기사님께 여쭤보곤 했었는데 이제는 어떻게든 버스를 타기만 하면 되니 한결 마음이 편하다"고 전했다.

타지에서 대구를 방문한 이들은 막차 종점 운행 소식을 듣고 "지금까지는 어떻게 운행된 것이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달라진 노선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사람들도 종점 운행은 "당연한 일"이라며 향후 대구 대중교통이 더 발전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 앞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송창훈(37) 씨는 "대구가 심야버스 운행은 여건상 어렵더라도 막차 시간을 늘려 대중교통 수송 분담률을 더 높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구 시내버스의 중간종료 방식은 1990년대 모든 회사가 모든 노선을 공동으로 운행하는 '공동배차제'가 도입됨에 따라 시행됐다. 2006년 버스공영제가 도입된 이후에도 유지되어온 중간종료 방식은 지난해 5월 노사 합의를 통해 폐지 수순을 밟았고 18일부터 종점 운행 방식으로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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