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북한의 여성파워는 착시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마오쩌둥 전 중국 주석은 "세상의 절반을 여성이 떠받치고 있다"며 중국의 전통적인 남존여비 사상을 타파하고 여성의 사회 참여를 이끌어 냈다. 중국은 세계 여성의 날인 3월 8일을 '부녀절'(婦女節)로 정하고 일하는 여성들에게 유급휴가를 주기도 한다. 이날은 1908년 미국 시카고에서 여성의 노동 조건 개선과 참정권을 요구하면서 일어난 여성해방운동을 기념하는 날이다. 중국에서 여성 인권과 여성의 정치 참여는 우리보다 더 잘 보장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이 전 부총리가 여성으로서 최고위직에 오른 데 이어 쑨춘란 전 부총리가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을 이끌다 퇴임하는 등 여성의 고위직 발탁도 심심찮게 이어져 왔다.

최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를 군사 퍼레이드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현장에 데리고 나가는 모습을 노출하자 후계 구도를 과시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될 정도로 북한에서의 여성 파워에도 관심이 일고 있다.

그러나 중화인민공화국 출범 이후 현재까지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진출한 여성은 단 한 명도 없고 상무위 아래의 정치국(25명)에도 1987∼1997년을 제외하고는 1, 2명의 여성이 있었으나 지난해 10월 재편된 제20기 정치국엔 여성이 사라졌다. 중국 공산당은 전통적인 남존여비 권력 체제로 회귀한 셈이다.

북한 김정은이 딸을 대외 행사나 공식 석상에 공공연하게 데리고 나가고 이를 조선중앙통신이 '존귀하신 자제분', 혹은 '존경하는' 등의 표현으로 치켜올리는 등 '백두 혈통'을 부각시키면서 후계 구도가 가시화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분분해졌다. 북한 매체는 '주애'를 리설주와 김여정보다 더 김정은 곁에 자리한 모습을 6차례나 노출했다.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과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는 물론, 부인 리설주와 현송월 당 부부장, 최선희 외무상 등이 최근 몇 년 사이 김정은 주변에서 맹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북한에서도 여성 파워 약진이 두드러지게 보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에서 여성의 정치 참여나 고위직 진출은 극히 제한적이어서 착시 현상에 불과하다. 핵 위협을 노골화하는 북한을 열 살짜리 딸의 4대 세습 후계 구도 논란으로 재미있게 바라보는 시선은 뜬금없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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