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한국서 태어난 640g 딸…눈앞 캄캄해진 베트남 부부

24주 2일만에 출산…스스로 숨도 못 쉬어 중환자실에
건강보험 적용 안 돼 치료비 수억원…막노동으로 '막막'
어학비자 기간 만료, 불법 체류자 신분…눈물만 주르륵

지난 17일 레반디엔(25) 씨와 응웬탄히엔(23) 씨 부부가 640g으로 태어나 중환자실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신생아 딸을 바라보며 슬퍼하고 있다. 윤정훈 기자
지난 17일 레반디엔(25) 씨와 응웬탄히엔(23) 씨 부부가 640g으로 태어나 중환자실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신생아 딸을 바라보며 슬퍼하고 있다. 윤정훈 기자

하노이에서 한 시간 정도 비행기를 타고 빈(Vinh) 공항에 내려 차로 또 한 시간을 달린다. 그럼 레반디엔(25) 씨와 응웬탄히엔(23) 씨 부부의 고향인 하띤(HaTinh)이 나온다.

하띤은 베트남 안에서도 소득 수준이 낮은 지역이다. 빈곤이 평범하고, 가난이 익숙한 곳이다. 날씨도 녹록지 않다. 겨울 추위는 혹독하고, 여름은 극도로 덥다. 가을엔 홍수와 폭풍이 농사를 망쳐놓기 일쑤다.

이러한 환경에서 양쪽 부모님은 산에서 농사를 지으며 근근이 아이들을 키워왔다. 그 어렵게 키운 아이들이, 이젠 다 커서 아이를 가졌다고 한다. 먼 타국에서 들려온 응웬탄히엔 씨의 임신 소식은 고된 삶에 모처럼 찾아온 기쁨이었다. 특히 딸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땐, 아들만 둘인 레반디엔 씨의 아버지가 가장 기뻐했다. 그랬기에 그 손녀딸이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겨우 목숨만 부지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가장 슬퍼한 사람도 그였다.

늘 강해 보였던 아버지가 페이스북 영상통화 중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날, 레반디엔 씨 역시 눈물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타국에서 사랑의 결실로 태어난 아기는 640g 극단저체중출산아

같은 마을에서 자란 레반디엔 씨와 응웬탄히엔 씨는 고등학교도 같은 곳을 다녔다. 개교 50주년 파티에서 3학년이었던 레반디엔 씨는 1학년 응웬탄히엔 씨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레반디엔 씨가 응웬탄히엔 씨에게 말을 걸면서부터 둘은 친한 선후배 사이로 지내게 됐다. 레반디엔 씨는 응웬탄히엔 씨를 속으로만 좋아할 뿐 고백은 하지 않았다. 아직 서로가 어리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고등학교 졸업 이후 곧바로 경찰 시험을 준비하느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둘의 사랑이 이어진 건 머나먼 타국에서였다. 한국에 관심이 있었던 응웬탄히엔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한국에 와서 어학당을 다녔다. 경찰시험에 떨어진 레반디엔 씨도 응웬탄히엔 씨를 따라 한국행을 결심하고 어학당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서로 다른 어학당을 다녀 베트남에 있을 때보다 서로 지내는 곳의 거리는 멀어졌지만, 마음의 거리는 가까워졌다. 어학당 수업이 없는 날이면 레반디엔 씨는 기차를 타고 응웬탄히엔 씨를 만나러 왔다. 낯선 땅에서 늘 먼저 연락하며 자신을 찾아오는 동향 오빠 레반디엔 씨의 존재는 응웬탄히엔 씨에게 큰 힘이 됐다. 그리고 3년 전 레반디엔 씨가 오랫동안 품어온 애정을 고백하며 두 사람은 연인이 됐다.

그렇게 두 이방인은 사랑을 했다. 레반디엔 씨네 가족들도 응웬탄히엔 씨를 이전부터 잘 알았고, 응웬탄히엔 씨 집안 역시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두 쪽 모두 둘의 사랑을 축복했다. 둘은 올해 베트남으로 돌아와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축복이 예상보다 빨리 찾아왔다. 지난해 추석쯤 응웬탄히엔 씨가 임신을 하게 된 것. 그 축복이 세상에 나온 건 더욱더 빨랐다. 응웬탄히엔 씨는 지난 7일, 대구의 한 병원에서 임신 24주 2일 만에 아이를 출산했다. 보통 출산은 임신 40주 전후로 이뤄지는 게 정상이다. 비정상적으로 출산이 일렀던 탓에, 아이는 몸무게가 640g에 불과한 '극단저체중출산아'로 태어났다. 정상 체중 3.2kg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최소 5개월 입원 치료 받아야… 수억원 치료비 예상되나 건강보험 적용도 안 돼

이름 없는 아기는 엄마의 품이 아닌 신생아 중환자실로 보내졌다. 현재 아기의 기도엔 인공호흡기와 연결된 관이 삽입돼 있다. 스스로 숨을 못 쉬기 때문에 관이 없으면 바로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소화 능력도 떨어져 3시간 간격으로 1cc를 수유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잘 소화하지 못해 삽관을 통해 정맥으로 영양을 공급하고 있다. 소변 조절도 잘 못해서 혈액이 섞인 채로 많은 양의 소변을 배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저혈압이 발생해 승압제(혈압을 올려주는 약물)를 계속 투여해야 한다.

병원에선 앞으로 최소 5개월은 신생아 집중 치료실에서 중환자에 대한 치료를 받아야 하며, 여기엔 수억원의 치료비가 든다고 설명했다. 부부는 눈앞이 캄캄했다. 레반디엔 씨와 응웬탄히엔 씨 둘 다 어학비자 기간이 만료돼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당연히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베트남에 있는 부모님께 도움을 받기도 힘든 상황이다. 우선 응웬탄히엔 씨의 아버지는 5년 전 간암으로 돌아가셨고, 조금이나마 집에 있던 돈은 아버지 치료비로 다 나갔다. 어머니가 홀로 시장에서 망고나 두리안 등 과일을 팔며 생계를 이어갔지만, 연로한 탓에 건강이 나빠져 시장에 못 나가는 날이 늘고 있다. 레반디엔 씨 부모님 역시 한평생 농사만 지어와 가난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아버지가 최근 아기 치료비에 보태라며 큰맘 먹고 거금 2천만동을 보내줬지만, 한국 돈 100만원밖에 안 하는 돈으론 감당할 수 없는 치료비였다.

현재 응웬탄히엔 씨는 출산 후 몸조리 중이고, 레반디엔 씨가 오전 6시부터 오후 5시까지 건설현장 일용직으로 일하며 하루에 15만원씩 벌고 있다. 몸이 힘들어도 불러만 주면 기꺼이 한 달 내내 일할 수 있지만, 다른 노동자 팀과 15일씩 나눠서 일을 하고 있어 많이 벌어도 한 달 220만원이 최대다. 이미 응웬탄히엔 씨의 출산 진료비 등으로 300만원이 나갔고, 아기 진료비는 출산 이후 2주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1천800만원이 발생해 현재 500만원만 겨우 납부한 상황이다.

병원 근처 월세 20만원짜리 원룸에서 밥을 먹고 있는 젊은 부부. 밥상 위에 있는 반찬이라곤 아무렇게나 볶은 상추가 유일하다. 이렇게 최대한 아끼고, 아끼고, 또 아끼다 보면 아기의 치료비를 완납할 수 있을까, 언젠가 건강해진 아기를 품에 안을 날이 올까... 버거운 현실에 가진 건 젊음뿐인 부부의 슬픔은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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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엄마는 다단계 사기 당해 빚만 남기고 가출,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아빠는 최근 간경변증으로 세상 떠나 의지할 곳 없는 세 자매 김주경 양에게 2,992만원 전달

어린 시절 엄마는 다단계 사기를 당한 뒤 빚만 남긴 채 가출하고,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아빠는 최근 간경변증으로 세상을 떠나 기초수급비 150만원으로 조부모와 살고 있는 김주경 양네 세 자매(매일신문 2월 7일 자 10면)에게 2천992만4천400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주)삼이시스템 10만원 ▷라선희 3만3천원 ▷이병규 2만5천원 ▷강지원 1만원 ▷김은영 1만원 ▷가지영 5천원 ▷이진기 5천원 ▷'사랑나눔624' 10만원 ▷'무명' 1만원 ▷'따스한햇살' 5천원 ▷'나중에더많이' 1천400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폭력적인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엔 홀로 어렵게 4남매 키웠으나 하나뿐인 딸은 위암으로 눈 감고 남은 세 아들 무관심 속에서 독거 중인 이순조 씨에게 2,394만원 전달

폭력적인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홀로 어렵게 4남매를 키웠으나, 하나뿐인 딸은 위암으로 눈 감고 남은 세 아들의 무관심 속에 홀로 어렵게 지내는 이순조(매일신문 2월 14일 자 10면)씨에게 42개 단체, 170명의 독자가 2천394만5천원을 전달했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 1기 일동 25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주)대구은행 100만원 ▷대구공공관리시설공단 100만원 ▷㈜세원정공물산 100만원 ▷피에이치씨 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주)태원전기 50만원 ▷(주)한라개발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태린(정수철)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주)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주)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주)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주)이구팔육(김창화)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대구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김용환) 10만원 ▷(주)태광아이엔씨(박태진) 5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주)(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피플라이프(박태호) 5만원 ▷하담작명연구소(성병찬)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국선도풍각수련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인철)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사단법인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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