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란 어떠한 집단이나 분야에서 기술이나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일컫는다. 요리 고수, 육아 고수, 대화의 고수 등 우리의 일상에서도 능수능란하게 일을 처리하거나 유창하게 상황을 압도하는 사람들 또한 그렇게 불리곤 한다. 그들만의 숨겨진 비결은 많은 경험과 연륜에서 온 평범한 익숙함보단 격식을 깨뜨리는 한 수에 있는 듯하다.
겨울의 끝자락이 온 듯 한결 포근해진 날씨에 산책 삼아 들른 청도 풍각면 시골 마을은 오랜 세월에 거칠어진 담벼락을 벽화로 아름답게 꾸며놓은 마을이다. 집집마다 화가들의 탁월한 재능과 그 마을의 정서와 다양한 아이디어가 담긴 그림들이 특색있게 다가왔다.
그 벽화마을만의 특별한 점은 그림마다 숨겨둔 의미가 심겨있다는 것인데 그 의미를 하나씩 찾아가며 둘러보는 것은 특별한 시간이 됐다. 많은 그림 중 나의 시선을 멈추게 한 한 그림이 있었다. 그 그림은 세월의 흔적을 훤히 드러내듯 두 갈래로 깨져 어긋난 담벼락에 그려진 한 폭의 그림이다.
그 그림의 숨겨진 의미는 갈라져 생기게 된 그 틈에 있었다. 틈 사이에 숨겨둔 의미를 놓쳤다면 평범한 벽화로 지나칠 뻔했는데 화가의 숨겨놓은 의미를 찾고 나니 이 벽화를 제대로 이해한 것 같았다. 갈라진 담장의 틈을 경계로 보지 않고 살려낸 화가도 고수지만 그 의미를 알아차린 우리 또한 고수였다.
우리는 저마다 마음속에 그어놓은 경계선이 있다. 그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현실 속에 쌓아둔 인식이나 나만의 틀에 갇힌 생각들 때문일까. 그걸 넘어서는 일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경계선에 서서 생각의 밀도를 높여본다. 그 경계를 둬야 할지 극복하고 넘어가야 할지 고민하는 한 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수들은 이런 유연한 사고로 생각의 방향을 자유자재로 움직여 상황을 놀라울 만큼 좋은 쪽으로 끌어가는 능력이 있다.
고수라고 함은 전문적인 지식을 가르치고 조직을 이끄는 리더나 꼭 주체자의 입장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것을 바라보거나 배우는 객체도 고수의 눈을 가진다면 더 많은 것이 깨달아지고 서로에게 좋은 시너지가 되기 때문이다.
고수가 둔 한 수의 역량을 읽어내는 상대가, 깊은 소양과 다양한 시선으로 그 탁월한 한 수를 이해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숨은 고수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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