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파스텔톤의 색채로 그려낸 두툼한 꽃잎들이 담백하고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흘러내리는 물감의 흔적 위로 꽃들이 새겨졌다. 배성예 작가는 화사하게 만개한 꽃들로 힐링과 치유의 메시지를 나타낸다.
영남대 서양화과와 동대학원 미술교육학과, 홍익대 산업대학원 광고디자인학과를 전공한 그가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펼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졸업 후 결혼과 육아로 이어지는 보편적인 삶 속에서, 창작에 대한 갈증을 느끼며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자신만의 조형 연구에 오랜 시간을 투자했다.
배 작가는 2000년 초반 그룹 활동을 시작으로 신작 발표에 나섰다. 한편으로 소외계층과 결손가정 자녀들을 돕는 대구제일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며 사회 봉사에도 앞장섰다.
2017년, 그에게 갑자기 찾아온 희귀 난치병 '전신 홍반 루푸스'로 위기를 맞게 되지만 굳은 의지와 낙천적 성격으로 병마를 이겨내고 전업 작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배 작가는 "죽음과 맞부딪치며 경험한 좌절과 슬픔, 고통은 그동안 바쁘게 살아왔던 나를 되돌아보게 해준 계기가 됐으며, 앞으로 살아갈 삶의 좌표와 정체성을 재확립해주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그래서 2020년 이후 그의 작품은 과거에 대한 반성과 미래에 대한 희망이 함께 담겨있다. 끊임 없는 작업 활동으로 2021년 대구경찰청 무학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가진 후 지난해 DGB갤러리에서 두번째 개인전을 이어나갔다.
대백프라자갤러리 A관에서 21일부터 열리고 있는 이번 개인전 '삶의 편린'에서는 그의 작품 특징인, 파스텔톤의 화사한 색감으로 그려진 꽃잎의 무게감이 여과 없이 표출된다.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수석큐레이터는 "나이프라는 고전적 회화 표현기법을 이용한 두터운 질감효과와 명쾌한 속도감이 느껴지는 임페스토 기법은 그의 독창적 조형 아이콘이 돼 차별성을 더한다"며 "작가가 살아왔던 삶의 편린처럼 세세하고 다채로운 꽃잎에서는 긍정적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3월 5일까지. 053-420-8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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