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李의 불체포 특권 포기 약속, 공개 거짓말이었나

법무부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윤석열 대통령 재가를 거쳐 21일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체포동의안은 24일 본회의에 보고된 뒤 27일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체포동의안 가결 정족수는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수이다. 민주당은 169석이므로 단독으로 부결시킬 수 있다. 무기명 비밀투표이기 때문에 일각의 예상대로 일부 '반란표'가 나온다 해도 이 대표 '방탄'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문제는 이 대표가 불체포 특권 포기를 여러 차례 공언(公言)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5월 22일 충북 청주 지방선거 유세에서 "불체포 특권 제한에 100% 동의한다. 처음부터 제가 주장하던 것"이라며 "이재명 같은 깨끗한 정치인에게는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이에 앞서 같은 달 11일 6·1 지방선거 민주당 중앙선대위 출범식에서는 "검찰·경찰 수사가 아무리 압박해도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불체포 특권 폐지는 이 대표의 지난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당시 민주당 선대위 정책본부가 펴낸 공약집은 '정치 개혁' 공약으로 "성범죄와 같은 중대 범죄의 경우 불체포 특권 폐지 추진"을 명기하고 있다.

이 대표는 불체포 특권 뒤에 숨은 국회의원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2020년 9월 선거 회계 부정 혐의를 받은 정정순 전 민주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자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는 "법 앞에서 평등한 나라에서 수사에 성역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런 당위론에서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청와대 밖으로 나오는 순간 잡아서 수갑 채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이런 말들이 대중의 인기를 노린 기회주의적 공언(空言)이 아니었다면 이 대표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찰복을 입고 강도 행각을 벌이고 있다면 판단은 다를 수 있다"며 말을 바꿨다. 무엇이 켕겨 이러나. 이 대표는 자신은 죄가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체포동의안 뒤에 숨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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