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4류 정치가 일류 기업 나락으로 내모는 악습 언제 청산하나

경총·대한상의·전경련·무역협회·중기중앙회·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가 20일 국회를 찾아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강행 처리하려는 '노란봉투법'에 대한 심의 중단을 촉구했다. 산업 현장을 챙기는 데도 시간이 모자라는 경제 단체 대표들은 노란봉투법이 시행될 경우 "무리한 노사 분규로 이 나라 기업과 경제가 멍들어갈 것"이라며 두 야당에 읍소했다. 이들은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와 노동쟁의 개념을 무분별하게 확대해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닌 기업까지 쟁의 대상으로 끌어들여 결국 기업 경쟁력과 국가 경쟁력을 심각하게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제 단체 대표들의 절절한 호소에 민주당과 정의당은 귀를 기울이는 시늉조차 않은 채 다음 날인 어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을 강행 처리했다. 민주당 소속 전해철 위원장의 진행에 반발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회의장에서 퇴장한 가운데 거수표결을 통해 9대 0으로 단독 처리했다. 두 야당은 본회의 직회부까지 추진해 이달 중 노란봉투법을 처리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노란봉투법 등 기업 규제 법안은 밀어붙이면서 정작 기업이 조속히 처리해 주기를 바라는 법안은 뒷전으로 제쳐 놓고 있다. 반도체 등 시설 투자 세액공제를 추가로 늘리는 조세특례제한법(K칩스법)은 민주당이 대기업 특혜라며 반대하는 탓에 처리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계가 요구하는 30인 미만 사업장의 주 52시간 외 8시간 추가 근로를 허용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역시 노동계 눈치를 보는 야당 반대에 부딪혀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일류 기업을 만든 기업인들이 4류에 머물고 있는 정치권에 읍소하는 현상이 반복되는 게 대한민국 현실이다. 기업인들의 호소를 정치인들은 나 몰라라 하면서 반(反)기업 입법을 쏟아낸다. 노란봉투법 강행 처리 과정에서 두 야당은 이런 악습을 다시 보여줬다. 기업을 옥죄는 법안을 쏟아내는 나라에 어떤 외국 투자자가 투자할 것인가. 4류 정치가 일류 기업을 나락으로 내모는 악습 청산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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