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노동 개혁의 출발은 노조 회계의 투명성 강화"라며 "지난 5년간 국민 혈세로 투입된 1천500억 원 이상의 정부 지원금을 사용하면서도 노조는 회계장부를 제출하지 않고 반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용노동부가 일정 규모 이상의 단위 노조 등 327곳에 회계 자료 제출을 요청한 결과, 응한 곳은 120곳에 불과하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정부가 국고 지원금을 회계장부 제출의 압박 카드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하지만 정부 지원금을 받아 쓰고, 노조 회비에 대해 일정한 세액공제까지 받으면서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투명하게 밝히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노조 회계 자료를 의무적으로 공개하고 있는 미국 영국 등 선진국과는 대조적이다.
건설 현장의 겁박, 금품 요구, 노조원 채용 강요 등도 근절해야 하지만 양대 노총은 회계 투명성을 제고할 의무가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뚜렷한 범죄 혐의도 없이 민간단체의 회계장부를 들여다보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정부가 승인한 단체라고 하더라도 노조는 민간 단체다. 노조 회계장부 공개는 노조원이 요구할 일이지 정부가 공개를 강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거대 노총에 회계 자료 공개를 요청할 것이 아니라 노조에 대한 세금 지원을 끊는 것이 합당하다. 노사(勞使) 관계에서 정부는 최대한 중립을 취할 의무가 있다. 정부가 노사 중에 한쪽 편을 지원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부당하다. 우리나라 노동운동은 갓 걸음마를 뗀 수준이 아니고, 지원이 필요한 상황도 아니다. 양대 노총이 노동 문제를 넘어 정치, 사회, 경제 등 한국 사회 전반에 끼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이런 상황에서 세금으로 거대 노조를 지원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차라리 그 예산을 힘센 노조에 가입하지도 못한 소규모 업체의 노동자들을 위한 지원에 쓰는 편이 낫다. 정부 지원금 사용에 대한 회계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노조뿐만 아니라 일정 규모 이상의 노동단체에 대한 정부 지원 중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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