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잔디는 동네 구장에서도, 아파트 베란다에서도 볼 수 있는 생활용품으로 자리 잡았다. 수요는 고령화와 함께 시니어 체육시설 필요성이 커지면서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대구시도 지난달 폭발적인 파크골프 수요에 따라 강변 유휴공간을 중심으로 파크골프장을 확대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2024년까지 금호강 둔치에 총 6개소 108홀 규모로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대구 달성군 논공읍에 있는 케이앤비(K&B) 준우㈜는 지역에 유일한 인조잔디 전문 생산·시공업체다. 60년간 벨벳 직물을 제조한 ㈜유신섬유를 모태로 2008년 설립했다.
이후 서울 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과 경기도 수원 월드컵경기장 등에 인조잔디를 깔았다. 지역에는 대구 달성스포츠파크, 포항 양덕축구장 등에 K&B 준우 제품이 설치됐다. 조성 면적은 경기도 15만7천484㎡, 경북 13만9천714㎡, 경남 12만1천846㎡ 등 전국 99만2천469㎡(약 30만평)에 달한다.
하석준 K&B 준우 대표이사는 "야외 체육시설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며 "고령화 시대에 접어 들며 지자체는 건강을 챙기고 활력을 얻을 수 있는 스포츠를 권장하고 시설 구축도 지원하고 있다. 체육시설 규모는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업계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라고 했다.
- K&B 준우는 대구에 하나뿐인 인조잔디 생산기업이다. 어떤 제품을 만들고 있나.
▶ 당사는 생산부터 시공까지 전 공정을 '원 스톱'으로 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부지는 2만6천113㎡(약 8천평)으로 전국적으로도 가장 큰 규모다.
특히 인조잔디를 이중 구조로 만드는 제직기는 전 세계에 7대뿐이고 국내에는 우리가 보유한 2대밖에 없다. 이 제직기로 생산한 제품은 2018년 한국프로축구연맹(K 리그)에서 1호 제품으로 인증받기도 했다.
제품 원료도 차별화했다. 국내에서 농업용 비닐 원료를 인조잔디 주요 원료(90%)로 사용하는 데 반해 당사는 'TNPP Free' 공법으로 '노닐페놀' 성분, 즉 환경 호르몬을 제거한 원자재를 100% 사용한다. 이 때문에 피부 알러지나 발작을 유발하지 않고 안전하다. 해당 원료를 사용하는 건 국내에서 우리가 유일하다.
- 많은 인증과 특허를 획득했는데, 기술력을 높인 노하우는.
▶ 현재 특허 14개를 보유하고 있다. 특허 하나를 받는 데도 많은 인력, 비용이 든다. 지난 2012년부터는 자체 연구소를 설립해 R&D(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했다.
특히 2015년 국내 인조잔디 업체 중 유일하게 조달청에서 '품질보증 조달물품'으로 지정 받았는데, 이 지정을 받으려면 원재료 입고와 생산 내역, 완성품 관리 등 전반에 대한 까다로운 검사를 거쳐야 한다. 조달청은 해당 검사를 매년 지속적으로 시행한 뒤 갱신한다.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품질인증 기준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자사 제품의 충격 흡수율은 KS(한국산업표준) 기준(50%)을 훌쩍 넘는 68%다.
이 밖에도 산업통상자원부 녹색기술제품 인증서, 조달청 'G-PASS 기업(해외조달시장 진출 유망기업)' 지정서,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환경표지 인증서, 조달청 '품질보증 조달물품' 지정서 등이 있다.

- 국내 인조잔디 업체가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제도적, 정책적으로 필요한 점은.
▶ 내수용으로 판매하는 제품을 해외에도 판매하고 실적을 올리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동일 제품을 국내외에 동시 판매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국내 제품은 KS 인증 기준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해야 하는데 그 기준이 한정적이라는 애로사항이 있다.
축구장용 잔디의 경우 해외에서는 FIFA 인증 규격을 기준으로 삼는데, KS 제품을 FIFA 기준에 맞추는 데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른다. 해외 바이어가 선호하는 제품 규격도 KS 기준과 크게 다르다.
당사의 경우 수출용을 따로 개발해 러시아, 말레이시아, 칠레, 중국, 아르헨티나, 아랍에미레이트, 일본, 인도, 싱가포르, 필리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드 등에 수출했다.
해외 시장에 처음 진출한 당시 용도에 따른 다양한 품목을 보고 '한국 잔디는 아직 우물 안의 개구리 수준'이라는 걸 실감했다. 우리나라에는 FIFA 인증을 받은 업체가 거의 없고, 이 때문에 해외 시장을 상대로 영업도 이뤄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표준 규격은 공급자에게 맞춰져 있다. 제품을 사용처에 맞게 생산, 개발하도록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본다. 규격에 국한된 제품만 생산하면 발전이 없다. 정부와 지자체도 업체들이 기술력을 높이도록 장기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 산업계 전반에 친환경, 디지털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인조잔디 업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는지.
▶ 성능도 개발해야겠지만 환경적 요소도 빠뜨려서는 안 될 부분이다. 당사는 성균관대와 손잡고 운동장 오염을 막는 방오, 미세먼지 저감, 운동장 표면온도 저감 기능에 더해 항균력까지 높여 주는 물질을 찾아 특허를 받아냈다. 이 기술을 적용한 제품 제작도 완료한 상태다.
요즘은 후손들에게 나쁜 환경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인조잔디 생산을 최소화할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인조잔디 수명부터 늘려야 한다. 인조잔디 교체 주기는 사용 빈도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6~8년 정도다.
8년이 지나 교체해야 할 운동장을 15년 동안 사용한다면 그만큼 폐기물을 줄일 수 있다. 국가적 측면에서도 예산을 절감해 재정 문제로 혜택을 주지 못하던 학교나 공공시설에도 투자할 수 있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앙대와 협업해 연구도 진행 중이다.

- 앞으로의 사업 계획과 목표는.
▶ 국내 인조잔디 업계가 포화 상태인 만큼 수출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인조잔디가 필요한 누구나 깨끗하고 안전한 잔디를 쉽게 구매하도록 품목을 다양화하고 온라인 등의 접근성을 높일 계획도 있다.
요즘은 묘소나 아파트 베란다, 테라스 등에도 인조잔디가 들어가고 있다. 과거에는 인조잔디라고 하면 유해물질에 대한 걱정이 있었지만 현재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수준으로 안전성을 검사하고 있으니 더 이상 유해성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개인적으로 고향인 대구시에서 해외로 뻗어나갈 동력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당사의 시공 현황을 보면 수도권에 많이 분포해 있고 지역 실적은 아쉬운 상황이다. 대구의 경우 지역 업체라고 해서 주어지는 혜택이 그다지 없다.
대조적으로 다른 지역에서는 지자체가 공공사업에 참여할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 '지역 제한제'를 도입, 경쟁 입찰 시 지역 업체를 우선하고 있다. 이런 부분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공장 이전까지 고민한 적이 있다. 대구 지자체도 업체 선정에 관성적으로 임하지 말고 품질을 비교, 검토해 지역 업체에 진입 장벽을 허물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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