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FC엔젤클럽 특집] '명문 자립구단' 목표는 하나!…다이아몬드 회원 30명 돌파

대구·축구 향한 애정 동기로 각 분야 인사들 사유재 쾌척
"유럽 도시별 축구클럽처럼 지역 공공재로 거듭나기를"

지난해 12월에 열린 대구FC엔젤클럽 송년의 밤 행사 기념 사진. 엔젤클럽 제공
지난해 12월에 열린 대구FC엔젤클럽 송년의 밤 행사 기념 사진. 엔젤클럽 제공

추운 겨울이 지나면 프로축구도 서막을 올린다. 이제 프로축구 대구FC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치열한 승부를 벌이고, 팬들은 열띤 응원전을 시작할 터다. 이들처럼 눈에 확 띄진 않지만, 뒤에서 묵묵히 구단을 돕는 존재가 있다. 바로 대구FC를 후원하는 시민 모임인 '대구FC엔젤클럽'(이하 엔젤클럽)이다.

25일 2023시즌 K리그1 개막을 앞둔 가운데, 대구FC엔젤클럽에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매년 1천만원 이상 후원하는 '다이아몬드 엔젤' 회원이 30명을 돌파한 것. 3일 박효정 홈마트 시지점·옥산점 대표가 다이아몬드 엔젤로 가입하면서다. 30명 중에는 매년 1천만원 후원을 10년간 약정한 '다이아몬드 아너스 엔젤'도 생겨나고 있다.

◆지역사회 책임 다하는 '다이아몬드 엔젤'

다이아몬드 엔젤의 시작은 2017년 1월 이재하 삼보모터스 회장과 이호경 엔젤클럽 회장 간의 만남으로부터 비롯됐다. 당시 이재하 회장은 이호경 회장을 만나 거액을 한꺼번에 후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호경 회장은 "엔젤클럽은 지속적으로 후원하는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며 매년 1천만원씩 꾸준히 후원을 부탁했다. 이를 흔쾌히 받아들인 이재하 회장은 첫 번째 다이아몬드 엔젤 회원이 됐다.

이재하 회장은 "엔젤클럽은 대구FC가 모범적인 시민구단으로 성장하고, 대구시민의식을 불러일으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 엔젤클럽은 대구FC 후원단체를 넘어 대구의 상징이며 대구의 자랑"이라며 "어떤 단체든 혼자 짐을 떠안으면 오래가지 못하고, 자발적이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는 것 같다. 함께 가고, 멀리 갈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다이아몬드 엔젤 제도가 없던 시절부터 매년 100만원씩 후원했다가, 다이아몬드 엔젤로 전환해 더 많은 후원을 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나온다.

노기원 태왕 회장 엔젤로 가입했지만, 다이아몬드 엔젤이 된 첫 사례다. 노 회장은 초창기 엔젤로서 당시엔 엔젤클럽이 오늘날처럼 활성화될 것이라고 예상치 못했다고 한다. 엔젤클럽의 영향력이 꾸준히 늘어나는 모습을 볼 때면, 그는 대구시민들의 저력을 실감한다.

노 회장은 "대구시민들의 핏속에는 훌륭한 시민운동 DNA가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그 유전자는 해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을 동참하게 하는 힘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언젠가는 엔젤이 아닌 것이 오히려 어색할 시절이 오지 않겠냐"며 웃었다.

◆회원들의 남다른 축구 사랑

시민구단을 위해 매년 거액을 후원하는 일에 지역사회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묻어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여기에 또 하나의 동기부여가 있다. 다이아몬드 엔젤 중 다수는 축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진, 소문난 '축구광'이다.

이충곤 에스엘 회장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경북중 시절 축구부 주장을 맡아 대회 우승까지 맛본 이 회장은 축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 기업 경영의 지혜를 축구에서 찾아냈다던 그는 2001년부터 2012년까지 대구시축구협회장으로 지내며 지역 축구발전에 기여했다.

2017년 다이아몬드 엔젤이 된 이 회장은 "축구는 공공재라는 생각이 든다. 유럽 어느 도시를 가든 축구클럽이 있고, 이 클럽들이 지역 공동체의 결속력을 다지는 구심점이 된다. 시민들도 축구클럽이 공공재라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된다고 본다. 그것이 바로 엔젤클럽이다"라고 평가했다.

이기환 거한건설 대표는 다이아몬드 엔젤이자 '대팍' 인근 주민이다. 그는 대구 홈경기가 열릴 때면 편한 차림새로, 늦둥이 딸의 손을 잡고 경기장에 온다. 시민구단이라는 태생적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적을 내는 모습을 볼 때면 과거 자신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했다. 이 대표가 대구FC의 팬이 된 이유다. 이젠 가족들과 대구FC 원정경기까지 다닐 정도로 애정이 깊다.

그는 "평소 바쁜 일과로 가족과 여행을 다니지 못했는데, 원정경기를 가면서 가족여행을 준비한다. 좀 일찍 출발해서 그 지역의 음식도 먹고 함께 응원도 한다"며 "대구FC는 이제 제 삶의 일부다. 그럴 일은 없을 테지만 설사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변함없이 대구를 후원하는 진정한 후원천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엔젤클럽이 지속하려면…

'정말 인생을 제대로 살 줄 아는 분' 조해녕 전 대구시장은 지난해 10월 대구FC 주식 2만여 주를 기부하면서 엔젤클럽 회원들을 이렇게 평했다. 대구시민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시민구단을 위해 자신의 사재를 주저 없이 쾌척하는 일에 대한 찬사로 풀이된다. 조 전 시장은 2002년 재임 당시 국내 첫 시민구단인 대구FC 창단을 이뤄냈으며 명예 다이아몬드 엔젤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역 사랑이라는 일념으로 뭉친 선행이 꾸준히 이어지기 위해선 장기적인 비전이 필요하다. 엔젤클럽의 목표는 명확하다. 대구FC가 명문 자립구단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초석이 되는 것. 그리고 대구를 사랑하는 마음을 후대로 계승하는 것이다.

이호경 엔젤클럽 회장은 "엔젤클럽의 활동은 성을 쌓는 일과 같다. 언제 완성될지는 몰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대구FC라는 성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며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지역 시민구단에 후원을 하고 관심을 쏟는다면 대구FC는 자연스럽게 명문 자립구단이 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대구FC엔젤클럽 다이아몬드 엔젤 회원 명단

▷권원강 교촌그룹 회장 ▷김동구 금복홀딩스 회장 ▷김민규 바이크뱅크 대표 ▷김상태 PHA 회장 ▷김영만 우성철강 회장 ▷김옥열 화신 회장 ▷김용범 에스알 대표 ▷김재홍 대호약품 대표 ▷노기원 태왕 회장 ▷문경화 로로피아니 대표 ▷박정흠 수성의숲 회장 ▷박종규 구구스영남 대표 ▷박진현 홀삭스 대표 ▷박해대 미래테크 대표 ▷박효정 홈마트 시지점·옥산점 대표 ▷백서재 대영전자 회장 ▷성점화 뉴프라임 대표 ▷이기환 거한건설 대표 ▷이명수 진양오일씰 대표 ▷이재하 삼보모터스 회장 ▷이창원 거림테크 대표 ▷이충곤 에스엘 회장 ▷정태일 한국OSG 회장 ▷정태호 대영코어텍 회장 ▷조종수 서한 회장 ▷진덕수 대홍코스텍 회장 ▷진영환 삼익THK 회장 ▷최영수 크레텍 회장 ▷현수환 동원약품 회장 ▷황인혁 인성데이타 회장

◆대구FC엔젤클럽 명예 다이아몬드 엔젤 회원

▷조해녕 전 대구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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