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체류 중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와 북핵 문제를 전략적 경쟁의 장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총리는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조지워싱턴대 강연에서 "중국이 지도국가를 지향하고 있다면 동아시아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 중 하나"라며 "지도국가가 아니라 북한의 이웃 국가로서도 북한 핵무장을 제지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 중국, 러시아의 연대 움직임에 대처해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려는 것은 옳은 방향이지만 미국이나 중국이 한반도를 미중 경쟁의 최전선으로 만들려고 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반도는 7천만 명 이상의 사람이 사는 곳"이라며 "한반도가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큰 나라들의 도리이지 다른 목적을 위한 최전선으로 만들어서 긴장을 고조하는 것은 큰 나라들이 할 바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전 총리는 미국 역대 행정부가 과거에는 적대시했던 독일, 일본과 협력해 소련을 견제하고 베트남, 쿠바와도 수교한 사실을 거론하며 "지금이라도 미국이 북한과 수교하면 미중 경쟁에서도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접근에 대해 처음부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비현실적이고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총리는 "협상에는 채찍과 함께 당근도 필요하다"며 "뿌리 깊은 상호불신을 극복하고 협상을 성공시키려면 북한과 미국이 점진적, 동시적, 상호적 방식으로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를 향해 가는 것이 현실적이고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단계적 비핵화와 북미 외교관계 수립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한국 내 자체 핵무장 여론에 대해서는 "위험하고 어리석은 일"이라며 "한미 관계를 악화시키고 동아시아의 핵무기 경쟁을 촉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강연을 시작으로 4월까지 필라델피아, 뉴욕, 휴스턴, 로스앤젤리스, 덴버에서 대학과 한인 단체 등을 대상으로 강연을 이어갈 예정으로 전해졌다. 6월에는 독일로 가 자신을 초청한 튀링겐대와 베를린대에서 강연하고, 시간이 되면 구동독을 방문한 뒤 같은 달 한국으로 귀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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