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대구굴기(大邱崛起)

최창희 신문국 부국장
최창희 신문국 부국장

1960년 대통령선거를 보름여 앞둔 2월 28일. 일요일이었던 이날 대구 도심 거리 곳곳에서 학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경북고, 경북여고 등 대구 지역 8개 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생들은 자유와 정의를 외쳤다. 이승만 정부가 이날 열리는 야당의 선거 강연회에 학생들이 참석하는 것을 막으려고 일요일 등교를 지시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 시위는 마산, 대전, 부산, 서울 등으로 확산하여 3·15 마산의거와 4·19혁명의 출발점이 되었다. 시위 다음 날인 29일은 전주에서, 3월 8일, 10일, 12일에는 각각 충청도 대전과 충주, 청주에서, 15일에는 마산으로 갔다가 4월 19일에는 광주로 옮겨붙었다. 민주주의를 태동시킨 산파역을 한 것이다.

2·28민주운동에 대한 평가는 명확하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최초의 자주적 시위'였고 '한국 민주혁명의 출발'이자 헌법 전문에서도 계승한다고 선언한 4·19혁명의 시작점이기도 했다. 약 2천 명의 학생들이 참여했고, 200명 이상이 경찰에 체포·연행됨으로써 미국·영국·일본을 포함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희생자가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은 아직도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2018년에는 2·28민주운동을 기념하고자 대구경북 최초로 이날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하기도 했다. 매년 이날이 되면 기념행사와 함께 유공자 표창, 행진 재연 행사 등이 펼쳐진다. 명실공히 2·28민주운동은 대구의 자랑이자 한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셈이다.

이 같은 공헌과 기여에도 불구하고 2·28민주운동에 대한 국민적 인식은 크게 떨어지는 실정이다. 대구 시민들조차 2·28민주운동에 대한 인식이 낮은 편이다. 지난해 기념사업회가 대구 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2·28민주운동에 대한 인식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3명이 2·28민주운동의 국가기념일 지정조차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당히 기념하고 애매하게 기억해서일까. 지난해 12월 발표된 2022 교육과정 개편안에 2·28민주운동이 포함되지 못했다. 한국 첫 민주화 운동으로 역사적 가치가 큼에도 교과과정엔 4·19혁명 내용만 있을 뿐, 언급조차 없다. 초등학교 6학년 사회과 교과서에 '이승만 정부의 부정부패에 대항해 일어난 대구 학생 시위'라는 제목으로 사진 한 장만 달랑 실려 있는 게 전부다. 2·28민주운동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교육과정에 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과거의 역사에서 현재 사건으로, 나아가 미래 가치로 살려낼 수가 있다.

학생 의거였던 만큼 2·28정신을 학교 현장으로 먼저 불러내야 한다. 각계각층이 힘을 모아 의미를 알리고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높아지고 확산할 수 있도록 연구 및 홍보 활동에 집중해야 한다. '4·19혁명을 잘 이해하려면 2·28민주운동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여론 형성도 필요하다.

'대구굴기(大邱崛起), 시민정신의 힘으로!' 대구시민주간(2월 21~28일) 동안 국채보상운동(1907년 2월 21일)과 2·28민주운동을 기리는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가 펼쳐지고 있다. 행사장뿐 아니라 곳곳에서 2·28 민주 정신이 꽃피고 열매 맺었으면 한다. 공항 이전 등 대구가 풀어야 할 숙제가 산더미인 상황에서 분명히 '대구굴기'의 큰 동력이 될 것이다. 대구시민주간 셋째 날, 2·28민주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가져 보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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