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립습니다] 이혜인 씨의 외할머니 고 박영옥 권사

"나눠 주셨던 사랑으로…가족 모두 할머니처럼 아름다운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어요"

이혜인 씨의 외할머니 고 박영옥 권사(사진 오른쪽 첫 번째)와 그 자녀들. 왼쪽부터 첫째 아들 김용운, 둘째 아들 김용수, 막내 딸 김애란 씨. 가족 제공.
이혜인 씨의 외할머니 고 박영옥 권사(사진 오른쪽 첫 번째)와 그 자녀들. 왼쪽부터 첫째 아들 김용운, 둘째 아들 김용수, 막내 딸 김애란 씨. 가족 제공.

점점 따뜻해져가는 봄날입니다. 따뜻한 품을 주셨지만 지금은 제 곁에 없는 나의 외할머니, 박영옥 권사님을 그리며 몇 자 적어봅니다.

어린시절 외갓집에 가던 날을 떠올리면 따뜻한 기억과 행복한 시간들만 생각납니다. 할머니의 따뜻한 눈빛, 다정한 말투, 반가운 손짓까지 무엇하나 잊혀지는 게 없습니다.

사촌오빠만 3명이던 외갓집에서 항상 저와 언니는 공주처럼, 남동생은 막둥이라며 모두가 예뻐해주셨어요. 모든 어른들과 사촌오빠들의 사랑도 받았지만, 무엇보다 할머니의 크신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저에게 외갓집은 항상 행복한 기억이 가득한 곳입니다.

특히 저는 할머니의 귀한 막내딸이었던 엄마를 꼭 빼닮은 외모 덕에 태어날 때부터 참 많이 이뻐해주셨다는 얘기도 많이 해주셨어요. 제가 아주 어렸을 땐 '모녀지간이니 당연히 닮았다고 말씀하시는 거겠지'라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제가 고등학생 때 우연찮게 보게된 엄마의 학창시절 사진을 보고 너무 닮아 깜짝 놀랐던 기억은 아직까지도 선명하게 남아있어요. 아마 할머니는 저를 보며 엄마의 어린 시절을 많이 떠올리셨을 거라 미루어 짐작해 봅니다.

외할머니 고 박영옥(사진 가운데) 씨와 이혜인(사진 오른쪽) 씨, 이혜인 씨 어머니(사진 왼쪽)가 함께 찍은 사진. 이혜인 씨 제공.
외할머니 고 박영옥(사진 가운데) 씨와 이혜인(사진 오른쪽) 씨, 이혜인 씨 어머니(사진 왼쪽)가 함께 찍은 사진. 이혜인 씨 제공.

어머니로부터 들은 어머니의 유년시절 이야기를 통해 할머니의 젊은 시절을 돌이켜 봤습니다. 젊은 시절에 힘든 일을 많이 겪고 나면 아팠던 만큼 강하고 성격이 예민한 어른이 된다던데, 모두가 어려웠던 시절 남한에 정착하고 일찍이 남편인 외할아버지와 사별하시며 어린 삼남매를 멋지게 잘 키워내셨습니다. 그런 할머니를 떠올리면 더없이 따뜻한 성품, 상냥한 미소 그리고 존경의 마음이 나의 몸과 마음 곳곳에 가득 머물러 이제는 어른이 되어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저의 삶을 가득 받쳐주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명절때마다 할머니가 직접 빚어주셨던 평양식 만두, 오징어튀김, 갈치조림과 평소에는 그렇게 싫어하던 콩밥도 외갓집만 가면 배가 터질듯이 먹곤 했었죠. 그 덕분에 제가 또래 중에선 가장 키가 컸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어른이 되고 보니 그 많은 음식들을 적지 않으셨던 그 연세에까지 어린 손주들을 위해 준비하시느라 얼마나 힘드셨을까 감사하기도, 한편 죄송스럽기도 했어요.

병원에 계실 때는 코로나로 더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스러웠죠. 영상통화를 할때면 제 이름까지는 기억하지 못하셔도 "하유 곱다~ 이쁘다~" 몇번이고 말씀하시던 고운 우리 할머니.

이제 할머니가 천국으로 가신지 1년이 되었어요. 하느님 곁에서 행복하시지요? 할머니가 나눠주셨던 사랑으로 우리 가족 모두 할머니처럼 곱고 아름다운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할머니가 주셨던 사랑만큼 앞으로 살아가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사랑과 미소를 담아보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하늘나라에선 아프지 마시고, 맛있는거 많이 잡수시고 행복하게 지내세요. 다시 만나면 살면서 즐거웠던 얘기 많이 들려드릴께요. 항상 우리 가족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잘 지켜봐주세요.

박영옥 권사님, 많이 보고싶습니다.

감사하고 또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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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매일신문이 함께 나눕니다. '그립습니다'에 유명을 달리하신 가족, 친구, 직장 동료, 그 밖의 친한 사람들과 있었던 추억들과 그리움, 슬픔을 함께 나누실 분들은 아래를 참고해 전하시면 됩니다.

▷분량 : 200자 원고지 8매, 고인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 1~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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