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양향자 의원 "반도체 기술허브 국가 조성…중·장기 로드맵 필요"

미·중 갈등 속에 '자국 우선주의' 극심…반도체 시장 재편에 국내기업 피해
구미 '국산 반도체 소재·부품' 공급, 국내 공급망서 중요한 역할
단지 경쟁력 강화 '일하고 싶은 단지' 'RE100 달성'에 방점
'K-디아스포라' 해외인재 도입 위해 한국과 접점 넓히기 추진

양향자 의원은
양향자 의원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하는 우리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K-칩스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향자 의원실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의 불똥이 한국에 튀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자국 중심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대중 반도체 제재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

반도체 전문가로 손꼽히는 양향자 무소속 국회의원(광주 서구을)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처지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기업들이 활로를 찾기 위해선 최소한 경쟁국과 동등한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며 세액공제율 인상과 예타면제 조항 등이 담긴 'K-칩스법' 개정안 통과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석열 정부가 최근 반도체 산업을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국가적인 지원에 팔을 걷어붙인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대구경북에서는 국내 반도체 산업에 소재, 부품을 공급하는 구미시가 국가첨단전략산업법에 따른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에 도전하며 세계적인 반도체 소재, 부품 공급단지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수도권 중심 반도체 산업 강화 전략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던 구미가 새날개를 달 수 있을지, 양 의원에게 구미의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국내 반도체 산업, 어떤 위기에 처했나

▶코로나19로 확산으로 반도체 공장이 멈췄다.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해지면서 자동차 생산이 차질을 빚었다. 이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나라 중 하나가 미국이었다.

미국은 대만과 한국 등 해외 국가에 대한 반도체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기술 패권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인식 아래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편성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지난해 반도체산업 육성법(CHIPS+)을 제정해 자국에 반도체 설비를 증설하거나 신규투자하는 기업에게 총 520억달러 규모의 막대한 산업보조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대신 지원금을 받은 기업은 중국에 슈퍼 컴퓨터용 반도체칩이나 첨단 제조 장비 투자를 금지했다.

대만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사인 TSMC와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미국에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인 마이크론이 뉴욕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 1천억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하는 등 미국 업체들도 잇달아 투자를 크게 확대하고 있다.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들이 미국 투자 규모를 늘릴 수밖에 없게 되면서 '코리아 엑소더스(Korea Exodus)' 즉, 국내 반도체 산업 투자 비중은 줄이고 국외 투자가 늘어나는 현상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대중국 수출 감소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중국 수출이 감소하는 건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반도체 시장은 글로벌 시장이기 때문에 인도나 여타 국가들의 성장에 맞춰서 수출을 할 기회가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중국 본토에 투자한 기업들을 어떻게 할 것이냐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 때문에 삼성전자의 경우 최신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중국에 들일 수 없게 된다.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장비다. 국내 업체 입장에서 미국과 중국 양대 국제 반도체 시장 중 한쪽이 수축하는 상황이다.

중국 업체들도 반도체 회로나 인쇄회로기판(PCB)의 레이아웃을 설계하는 소프트웨어인 EDA나 소재, 부품 등을 미국으로부터 공급받지 못해 타격이 크지만, 우리 기업들도 그 못지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지난해 9월 대한민국 전기안전대상 축사에 나선 양향자 의원. 양향자 의원실
지난해 9월 대한민국 전기안전대상 축사에 나선 양향자 의원. 양향자 의원실

-정부는 어떤 노력하고 있나

▶이러한 상황에서 살아남는 기업은 결국 기술력이 있는 기업이다. 기술력을 키우려면 국가가 인재를 육성해야 하고 정치권은 입법으로 지원해야 한다.

지난해 8월 시행된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계속 경쟁력을 유지하고 키워나가기 위한 기본이라고 봐야 한다. 경쟁국 수준의 지원을 통해 비슷한 조건을 만들어야 경쟁이 된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고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미시의 반도체 산업, 국내 공급망에서 역할은

▶구미시에서 조사한 자료를 보면 361개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소부장) 업체들이 집적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 반도체 산업은 소부장에 대한 해외 의존도(지난해 초, 상위 10대 수입국 기준 93%)가 높아서 외부 충격에 매우 약한 상황이다.

일본이 2019년에 반도체 소부장 수출 규제로 어려움을 겪은 학습 효과가 있지 않나?. 이를 계기로 소부장 국산화에 매진하고 있어, 구미 반도체 단지의 역할이 매우 큰 것이다.

-구미의 특구 선정 노력, 어떻게 보는지

▶구미는 이미 SK실트론, LG이노텍, 메그나칩 반도체, 삼성SDI 등 국제적 경쟁력이 있는 기업을 보유한 장점이 있다. 지난해 구미 상공회의소 특강에서 지방자치단체장과 기업인들이 합심해서 무언가 이루고자 하는 마음을 느꼈는데 매우 긍정적으로 보였다.

-구미의 특구 선정 가능성 높이기 위해 명심해야 할 것은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RE100이 반도체 산업 성장의 가장 중요한 요건이 될 것이다. LG이노텍도 2030년에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100% 조달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 부분을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지금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대기업을 중심으로 RE100을 추진하거나 선언하고 있지만, 장래에 중소기업들도 RE100을 추진하면 이를 할 수 있을지 검토가 필요하다. 다행히 경북은 국내에서 지상 풍력 설비 용량이 가장 큰 지역이다.

RE100 달성을 위해 원전과 재생 에너지를 균형 있게 공급해야 하는데, 전력 인프라 구축 등은 한국전력과 미리 기획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양향자 의원이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양향자 의원실
양향자 의원이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양향자 의원실

-반도체 산업, 인재 육성은 어쩌나

▶국내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은 실제로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 R&D 인력은 TSMC가 6만명에 달하는데 삼성전자는 2만명 수준이다. 시스템 반도체 부분에서 퀄컴은 4만5천명, 삼성시스템LSI는 1만명가량으로 대등한 경쟁을 하기에 벅찰 정도로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1997년 IMF 사태 당시 대량 해고 사태를 겪으면서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시작됐다. 요즘도 의대 정원을 채우고 나서야 공대 정원이 차기 시작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최근 플랫폼 업계로도 인재들이 빠져나가 반도체 기술 패권을 지킬 인재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제는 국내 인재 확보에서 더 나아가 해외 인재를 확보할 방법도 고민해봐야 한다. 지난해부터 착수한 'K-디아스포라 세계 연대'는 재외 동포 2~3세들을 우리나라와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사업이다. 유대계 청년들에게 이스라엘과 예루살렘 여행 기회를 주는 '버스라이트 이스라엘(Birthright Israel)' 프로그램에서 착안한 사업으로 재외동포들에게 모국여행, 한국인으로서 뿌리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교육연수 등을 기획하고 있다.

여기에 이철우 경상북도지사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경상북도가 첫 번째로 MOU(양해각서)를 체결한 지자체가 됐다. 이들 해외 인재들이 한국과 관계를 맺는 데서 더 나아가 한국기업에 취업할 수 있게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미시 차원에서 인력 확보 방안은

▶정부가 지방 인재 양성을 위해 고등교육 관련 권한을 지방에 이양하고 재정 지원도 크게 확대한다고 하는데 선후관계를 고민해봐야 한다. 내가 이 대학을 나와서 인근에 위치한 기업에 근무할 거라는 그런 희망이 있어야 지역 인재가 육성된다.

지역의 유력 대학 출신 인재들 중에 몇 명이나 지역에 남았는지 조사를 해보라. 구미에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산업단지에서 필요한 인력을 예측해 이에 맞춰 교육 로드맵을 구상해야 한다. 단순히 학교를 만들고, 인원을 충원하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다.

-국내 반도체 산업, 도약 위한 제언이 있다면

▶기술허브 국가가 되기 위해선 단기, 중기, 장기적으로 해야 할 일을 담은 로드맵이 필요하다. 이런 로드맵에 맞춰 정부와 지자체도 기업 활동을 돕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준비할 수 있고 인재들도 이런 것을 보고 희망을 가질 수 있다.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추구하는 미국 입장에서 한국의 메모리·비메모리 제조 역량 강화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정부가 기업들의 제조 역량을 강화할 수 있게 투자 혜택을 파격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경쟁국의 자국 우선주의에 휘둘리지 않도록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한 민관의 의사소통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양향자 의원. 양향자 의원실
양향자 의원. 양향자 의원실

※양향자 의원

삼성전자 첫 고졸 출신 여성 임원 기록을 세우며 '고졸 신화' 타이틀을 얻었다. 양 의원은 광주여자상고 졸업 후 삼성전자 반도체 메모리설계실 연구보조원으로 시작해 메모리사업부 플래시개발실 상무를 역임했다. 2016년 당시 문재인 당 대표가 영입한 인재로 21대 총선에서 7선인 천정배 의원을 이기고 당선됐다.

○1985.11 삼성전자 반도체메모리설계실 연구보조원
○1993.01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SRAM설계팀 책임연구원
○2007.02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RAM설계팀 수석연구원
○2011.01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플래시설계팀 수석연구원, 부장
○2014.01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플래시개발팀 상무
○2016.01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위원
○2016.06 더불어민주당 광주광역시당 서구 을 지역위원회 위원장
○2016.08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2018.08 인사혁신처 산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원장
○2020.08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2021.05 더불어민주당 반도체기술특별위원회 부위원장, 간사
○2022.06 국민의힘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위원장

○2020.05 제21대 국회의원(광주 서구을, 더불어민주당 → 무소속)
○2020.06 제21대 국회 전반기 기획재정위원회 위원
○2020.06 제21대 국회 전반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2022.04 제21대 국회 전반기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2022.07 제21대 국회 후반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