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인 대구에서 노년을 보내고 싶었어요. 오피스텔 분양 받으면 월세 받으면서 평생 일만 하느라 못 갔던 여행도 가고, 해외에 사는 자식들 얼굴 보러 가려고도 했죠. 다 물거품이 됐어요. 아이들이 안부 전화 오면 아무 일 없이 잘 지낸다고 거짓말만 하는 엄마가 됐네요."
타지에서 생활하다 2016년 고향인 대구에 돌아온 김정숙(가명) 씨는 이곳이 이제 지옥 같다고 했다. 길에서 손팻말을 들고 집회에 참여하는 하루는 김 씨가 예상할 수도 없던 미래였다. 그녀의 남편은 좋지 않던 심장이 더 악화됐다. 주기적으로 대학병원에 다니게 됐다는 그 역시 찬 바람이 부는 남구 대명동 골목에서 아내 김 씨와 말없이 서 있기만 했다.
2016년에 공사를 시작해 2018년 완공 예정이었던 중구 하서동 '다인로얄팰리스 동성로' 오피스텔의 분양자들은 지난 14일부터 남구 대명동, 동구 신암동·신천동 새마을금고 앞에서 릴레이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다인로얄팰리스 동성로 오피스텔은 2016년 3월 건축허가를 받고 같은 달 착공에 들어갔다. 하지만 2019년 초 자금 부족으로 공사가 중단됐고 이에 따라 입주가 지연되면서 중도금대출을 받은 수분양자들은 빚더미에 내몰렸다. 대출금만 811세대에 각각 1억5천만원씩 모두 1천300억이다.
분양자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는 다인로얄팰리스 '대주단'(貸主團)인 대구 지역 10여 개 새마을금고가 중도금 대출 만기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고, 원금을 회수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공사 중단 후 5년 동안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던 이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금고는 이자를 납부하지 못하는 수분양자들의 카드와 통장, 아파트의 압류 조치를 단행하고 있다.
자영업자인 박은영(가명·62) 씨는 오피스텔의 공사 중단에 이어 코로나19 악재까지 겹쳐 신용 불량자로 전락했다. 박 씨는 "아파트와 보험까지 압류당했고 소상공인을 지원한다는 각종 정부지원사업 대상에도 들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오피스텔 공사 중단은 한 가정의 미래도 멈추게 했다. 다섯 채를 분양받은 이주혁(가명·56) 씨는 3년 전 아내와 이혼했다. 아내와의 행복한 노후 생활을 그리며 오피스텔을 분양받았다는 그는 "끊임없이 날아오는 등기 독촉장에 불안과 초조함으로 하루를 보내다 집회 현장에 나왔다"고 말했다.
분양자들의 요구에 새마을금고는 지난 22일 중도금 대출을 6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그러나 수분양자들은 "완공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연장 조치는 미봉책일 뿐"이라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분양자들이 연일 시위를 벌이자 남구 희망새마을금고는 "대출 원금 및 이자 미납에 따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소송을 진행했다"는 입간판과 현수막을 내걸었다. 현수막에는 "분양자들이 적법 절차에 불만을 품고 집회를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새마을금고는 회원의 권익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안내도 담겼다. 금고 직원들도 "입구에 적힌 글 이상으로 할 말이 없다"는 입장만 밝힐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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