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021년 8월 이후 1년 반 가까이 이어졌던 기준금리 인상 행진을 멈췄다.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지만 경기 침체 분위기가 짙어지다 보니 앞으로 전개 상황을 지켜보고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는 판단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2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3.50%로 유지하기로 했다. 금리 인상 중단은 작년 4월 취임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통위 의사봉을 쥔 이후 처음이다.
이번 결정은 최근 경기 둔화 흐름에 일단 '숨 고르기' 시간을 가지며 그동안 가팔랐던 금리 인상의 효과를 지켜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기준금리는 2021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모두 10차례에 걸쳐 3%포인트(p) 인상됐다. 지난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는 사상 처음으로 7연속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되기도 했다.
금통위는 기준금리 동결의 주된 이유로 경기 불황과 불확실성을 들었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앞으로 국내 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부진한 성장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하반기 이후에는 중국 및 IT 경기 회복 등으로 국내 성장세도 점차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전망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했다.
한국은행은 아울러 지난해 11월에 내놓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1.7%)를 1.6%로 0.1%p 낮춰 잡으며 성장이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획재정부도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2월호에서 "2월 내수 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 부진 및 기업 심리 위축이 지속하면서 경기 흐름이 둔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이번에 동결한 것은 어느 때보다 높은 불확실성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메시지가 나온 데는 한미 금리 역전 폭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기준금리와 미 기준금리 상단(연 4.75%) 간 격차는 1.25%p다. 이는 2000년 10월 1.50%p 이후 가장 큰 금리 역전 폭이다.
더욱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22일(현지시간) 공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지속적인' 금리 인상 필요성에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내달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p 인상) 또는 '빅 스텝'(0.50%p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미 금리 차가 더욱 커져 외국 자본이 더 높은 금리를 찾아 빠르게 국내 시장을 빠져나갈 수 있다. 또 원화 가치가 내려가면서 국내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도 있다.
도유정 DGB금융지주 ESG전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경기를 생각하면 국내 금리를 자꾸 올리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연준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인상 여부를 정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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