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에 사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일상 사진을 공개한 것을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문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텃밭에 쪼그려 앉아 감자를 심거나 등산 스틱을 쥐고 산을 오르는 사진 등을 공개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문 전 대통령에게 "언제나 응원한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하지만 비판 댓글도 적지 않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등 정국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한가로운 모습을 공개했다며 날을 세운 것이다. "대표님 영장 청구 소식에 열 받는데 한가로이 감자나 심으신다? 참 좋으시겠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다음 날 문 전 대통령은 왜 감자 심는 사진을 올렸을까. 비리 혐의가 감자 캐듯이 줄줄이 나온 이 대표를 '저격'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떻든 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잊히고 싶다고 했지만 행보는 전혀 다르다. 측근 입을 통해 윤석열 정부에 각을 세우는 것은 물론 SNS를 통해 근황을 전하는 데 열심이다. 사저 근처에 동네 책방을 낸다고 했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유죄 판결을 받은 직후 조 전 장관 책을 추천해 논란을 사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이 '잊힌 대통령'이 되는 것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자신을 지지하는 진영이 여전한 만큼 그들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싶은 속내가 있을 것이다. 소소한 일상을 자주 공개하는 것은 또 다른 포석일 수도 있다.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 처리 문제가 부상할 경우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하며 사는 전직 대통령을 핍박한다는 프레임을 짜기 위한 속셈도 깔려 있을 것이다.
각설하고 지금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 처지가 180도 다르다. 두 사람은 대선 과정에서 대통령과 여당 후보로, 정권을 내준 뒤엔 전직 대통령과 야당 대표로 윤 정부와 맞서는 데 협력하고 있다. 그러나 각자도생(各自圖生)을 하는 날이 빨리 올 수도 있다.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는 특별한 인연도 없고 각별한 동지적 의식도 희박하다. 감자 얘기가 나왔으니 인생 행로와 성향, 지지 진영이 다른 두 사람이 읽었으면 하는 동시가 있다. 권태응 시인의 '감자꽃'이다.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파 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 보나 마나 하얀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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