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초부터 세금 폭탄 맞은 유리 지갑들…근로소득세 점검해야

물가 급등으로 실질임금이 갈수록 하락하는 가운데 연말정산 과정에서 환급은커녕, 오히려 세금을 추가로 납부했다는 봉급생활자들의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상당수 봉급생활자들이 연초부터 적자 가계부를 들고 한 해를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사업소득자들에 비해 소득 노출이 쉬워 유리 지갑이라 불리는 봉급생활자들에게 과도한 세 부담이 떠넘겨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논란도 다시 불붙고 있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2021년 귀속분 근로소득에 대한 지난해 연말정산에서 환급을 받지 못하고 세금을 추가로 낸 직장인은 393만4천600명으로 400만 명에 육박했다. 근로소득을 신고한 근로자는 1천995만9천 명이었는데 직장인 5명 중 1명꼴(19.7%)로 세금을 토해 냈다. 이 숫자는 매년 증가세다. 2017년 322만 명에서 2018년 351만4천 명, 2019년 380만9천 명으로 늘었고,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각종 공제가 늘어나자 351만1천 명으로 잠시 줄었다가 2021년엔 400만 명대 코앞까지 갔다.

이런 상황 속에서 봉급생활자들이 내는 근로소득세수는 5년 만에 70% 가까이 늘었고 이 수치는 국세 전체 증가율을 크게 웃돌고 있다. 지난해 근로소득세수는 57조4천억 원으로 사상 처음 50조 원을 돌파, 2017년(34조 원)과 비교하면 23조4천억 원이 증가해 68.8%의 증가율을 보였다. 같은 기간 총국세 증가율(49.2%)은 물론, 자영업자 개인사업자 등에 부과되는 종합소득세 증가율(49.4%)에도 앞섰다.

징세 편의주의에 함몰돼 소득 노출이 쉬운 봉급생활자들에게 지나친 부담을 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부는 근로소득세제를 살펴봐야 한다. 전체 가구의 30%가 1인 가구라는데 공제 규모가 가장 큰 인적공제에서 이들이 큰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 여러 변수를 점검해 봐야 한다. 각종 공제제도 현실화 등 근로소득자들의 부담 능력을 고려하는 응능납세 시스템을 만들어 납세 공평성을 확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