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동규 "김용·정진상과 '이재명 주군' 모시기로 결의…李도 알았다"

"리모델링 사업설명회 뒤 단지 주변서 몰표 득표"
"이재명, 매표에 능해…동물적 감각으로 표 되는지 따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 전 실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 전 실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성남시장 선거 당시 "정진상·김용과 한 분(이 대표)을 '주군'으로 모시기로 결의했었다"고 말했다. 또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성남도시개발공사의 대장동 개발 이익 배당금 1천822억원(세후 1천422억원)을 '시민 배당'으로 쓰자고 했다고 주장했다.

유 전 본부장은 23일 유튜브 채널 '유재일'에 나와 2010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의형제를 맺게 된 과정을 소개했다.

유 전 본부장은 "당시 김용에게 '우리 그냥 이재명 밀어볼까?'라고 했더니 (김 전 부원장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며 "나중에 정진상까지 만나서 '의형제 합시다' 그리고 '한 분의 주군을 모십시다'라고 이야기했다"고 회상했다.

'정 전 실장과는 어떻게 알게 됐는지'를 묻는 진행자의 질의에는 "보좌관같이 (이 대표를) 계속 따라다녔다"며 "예사롭지 않아 보이기에 내친김에 우리 한 번 의형제 맺고 의기투합하자. (이 대표를) 성남시장으로 만들어보자, 우리도 돕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은 "정진상, 김용과 셋이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이재명에게도 그 뜻이 전달됐다"면서 "(이재명 대표도) 그걸 알았으니 제가 나중에 시설관리공단에 가지 않았겠느냐"고 짚었다.

그는 "(시설관리공단은) 선거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우고 큰 역할을 한 사람을 보내는 자리였다"며 "성남시 최대조직이 시설관리공단이었다"면서 이같이 설명했다.

유 전 본부장은 "김용과 나는 리모델링으로 쌓아놨던 명성을 이재명의 표로 바꿔주는 작업을 했다"며 "6월 선거를 앞두고 2, 3월쯤 사업설명회를 진행했다. 설명회 당일에 어느 분이 잠깐 나를 보자 하더니 어두컴컴한 상가 안으로 데려가 황준기 한나라당 후보를 소개시켜주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유 전 본부장은 또 "설명회에 이재명 변호사를 '리모델링 잘 아는 강사'로 초청했다. 이재명은 강사로서 강의를 했고, 황준기는 강의를 듣고 있어야 했다. 이재명 강의를 20분이나 듣고 있어야 했던 것"이라며 "이후 황준기가 보좌관을 박살냈다더라"라고 주장했다.

이어 "리모델링 관련 해박한 지식으로 강의까지 하면서 소문이 쫙 났다. 생전 처음으로 민주당을 찍겠다는 사람이 늘어났다. 나중에 표를 까보니 정자2동에서 민주당이 보수당을 앞질렀다"며 "특히 리모델링 단지 주변에선 거의 몰표가 나왔다"고 했다.

분당 전체에선 45대 55 정도의 근소한 차이로 졌고, 이재명 대표가 19대 성남시장에 당선됐다는 게 유 전 본부장의 주장이다.

이재명, 정진상, 김용. 연합뉴스
이재명, 정진상, 김용. 연합뉴스

유 전 본부장은 또 "이재명은 실용적으로 간다. 매표와 표 계산에 굉장히 빠르다. 정책이라는 게 20초 만에 결정된다"며 정책의 타당성은 따지지 않고 동물적인 감각으로 표가 되는 지 여부를 따진다고 전했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수익 중에서 1천800억원을 내가 가져오게 됐다고 보고하니까 이재명이 정진상과 있다가 '시민들에게 이 돈 나눠주자', '시민배당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내가 진상이형(정진상)한테 '우리가 좀 더 검토를 해서 한번 따져보면 어떠냐. 무상의료 같은 것도 있지 않느냐'고(조언했다)"며 "그래서 국회 통해서 성남에 의료비, 자기부담금이 얼마나 되는지 그것도 검토를 시켰었다. 그런데 이재명은 아랑곳없다. 시민 배당으로 바로 발표해버렸다"라고 했다.

이어 당시의 대화 상대를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으며 "내가 왜 그렇게 하느냐고 했더니 '돈 주는 거 싫어하는 놈 어딨냐'(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유 전 본부장은 "이재명은 매표에 능하다. 이득을 다른 어떤 이득이 아니라 표 계산으로 따진다"면서 "권력만 챙기면 나머지는 부수적으로 따라온다는 걸 시장이 되면서 학습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유튜브 채널 운영자 유재일 씨는 지난 21일 공개한 '유동규 실록' 1화를 시작으로 "규모가 큰 대하드라마라 100부작 이상은 나올 것 같다"며 유 전 본부장의 추가 폭로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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