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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나만의 모서리가 있다고 믿어요

경쟁하지 마라. 순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라. 사진: pixabay
경쟁하지 마라. 순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라. 사진: pixabay

'zero to one'이라는 책이 있다.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 피터 틸이 쓴 이 책은 0에서 1이 되는 것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라 말한다. 책의 핵심 메시지는 이러하다.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 남들보다 잘하려는 순간 경쟁의 시장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결국 시장의 파이를 나눠먹는 일 밖에 되지 않으니 독점하는 브랜드가 되어라는 메시지다.

이는 마케팅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법칙이다. 아마 한국뿐 아니라 영국, 일본, 독일 등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도 저자의 이런 인사이트 덕분인 듯하다.

이 책을 읽으며 생각난 사람이 있는데 바로 BTS의 멤버 RM이다. BTS는 세계 K-POP 시장의 중심에 있다.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그 문을 열고 'Do you know psy?'라는 인사말을 만들었다. 하지만 BTS는 이 문장을 더 업그레이드시켰다. '너도 BTS 팬이니?' 2006년, 미국 유학길에 올랐던 나는 동양인 남자에 대한 미국 내 이미지를 잘 알고 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어느 날, 나는 유튜브에서 가히 충격적인 영상을 보게 된다.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 우리나라 가수가 공연을 하는 것도 대단한데 더 놀라운 것은 해외 스타들의 반응이었다. 마돈나, 카디비와 오프셋, 드레이크와 같은 스타들이 BTS에 열광하는 모습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이제는 전 세계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별이 되었지만 그들도 시작은 몹시 미약했다. 데뷔 초기 RM과 슈가는 김봉현의 힙합 초대석에 출연했다가 비프리로부터 디스를 당하게 된다. '아이돌 가수는 진정한 힙합이 아니다'와 같은 뉘앙스의 선 넘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그날 RM의 랩실력은 중요하지 않았다. 아무리 그가 랩을 잘해도 아이돌은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에게는 평가절하 받는 대상이었다. 이렇듯 시작은 미약했지만 나중은 우리가 아는 것처럼 심히 창대했다.

그들은 무엇이 달랐을까? 주목할 점은 RM의 언어이다. tvN 예능프로인 알쓸인잡에 출연해 그는 비교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RM이 랩을 처음 할 때 보고 자란 뮤지션들이 에미넴, 나스, 칸예 웨스트와 같은 슈퍼스타들이었다. 누가 봐도 엄청난 탤런트를 타고난 랩의 천재들이었다. 문제는 여기에 있었다. RM이 아무리 노력해도 그런 슈퍼스타들만큼 랩을 잘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면 굳이 RM만의 솔로 음반을 낼 필요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때 RM은 인터뷰에서 아주 멋진 승자의 언어를 남겼다.

승자의 언어: 에미넴, 나스, 칸예 웨스트에게는 없는 나만의 모서리가 있다고 믿었어요.

RM은 남들과 경쟁하려 하지 않고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로 독점하려 한 것이다. 그 시장에는 오로지 RM만이 있는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제2의 누구'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이 인기를 얻는 걸 본 적이 없다. 자기가 동경하는 스타의 영향으로 스타를 똑같이 따라 해 인기를 얻는 걸 본 적이 없다. 대중은 이미 그 맛을 봤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그들과 경쟁해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이 왜 중요할까? 자신의 모서리는 지구상에서 자신만이 가진 개성이기 때문이다.

가수 김장훈은 종종 목에 씨암탉이 든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는다. 갑자기 내지르는 고음이 매끄럽지 않고 마치 닭이 우는 소리와 같아서 받는 조롱이다. 하지만 그는 이에 좌절하지 않는다. 전기에 감전된 듯한 그의 고음 창법은 오로지 김장훈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김나박이(김범수, 나얼, 박효신, 이수)와 경쟁할 필요가 없다. 얼마나 마음 편하게 자신만의 음악에 정진할 수 있겠는가.

얼마 전 나의 마음을 흔든 남자 가수가 있다. 바로 존박이다. 존박은 분명 김나박이처럼 음역의 범위가 넓은 가수는 아니다. 하지만 나의 마음을 빼앗은 건 박혜원의 '시든 꽃에 물을 주듯'이라는 노래를 커버한 영상 덕분이었다. 여자 가수가 불러도 힘든 고음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었다. 마지막 고음 부분은 어떻게 하려 하나 조마조마한 마음을 영상을 보는데 존박은 박혜원을 전혀 따라 하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불러버린다. 자신만의 언어로, 자신만의 느낌으로, 자신만의 해석으로 커버곡을 부르니 남자가 어떻게 저리 멋있는지 황홀경에 빠지게 되었다. 자이언티, 장범준, 에피톤 프로젝트와 같은 가수가 그렇다. 화려한 기술과 음역대로 노래하지 않지만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다.

목소리를 듣는 순간, 풍겨져 나오는 음악의 느낌을 듣는 순간 자연스럽게 그들은 경쟁에서 멀어진다. 그들의 목소리를 가진 가수는 세상에서 자신들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경쟁할 필요로 없어진다. 이것이 승자가 성공하는 방식이다.

패자의 언어: 저 친구와 경쟁해서 이겨야 해요.

이제 이 말은 올림픽에서만 필요한 말이 되었다. 옛날에는 그랬다. 학교를 가면 내가 저 친구보다 성적이 좋아야 하고 군대는 먼저 가는 것이 장땡이다. 여기까지는 지금도 별반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그 이후의 세상은 이제 많이 바뀌었다. 취업을 해서 더 이상 누군가를 이겨야 되는 세상이 아니다. 카페를 창업해도 마찬가지다. 굳이 옆 가게 카페와 매출 경쟁을 하기보다는 내 삶이 행복에 초점을 두려 한다. 남과 경쟁해 이기려는 스트레스보다 그냥 오늘이 즐거우면 됐다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은퇴의 경계선은 옛날보다 훨씬 희미해졌다. 100세 시대가 왔고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은 큰 이변이 없는 한 120세까지 산다고 한다. 어릴 적 70대 노인은 당장 내일 돌아가셔도 이상할 것이 없어 보였는데 지금 70대는 젊은 오빠다. 80대 선배들에게 한창때가 부러움을 사는 나이다.

누군가는 이런 질문을 할 수도 있다. 경쟁하지 않는 건 너무 나약한 생각이 아니냐고. 카페를 창업하면 당연히 옆 카페와 매출 경쟁을 해 이겨야 한다고. 취업을 하면 동기 사원과 경쟁해 이겨서 더 높은 연봉을 받아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이다. 단기적인 시선에서는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눈을 더 크게 뜨고 보자. 내가 동기보다 연봉이 더 높아지든, 옆 카페보다 매출이 높아지든 결국 시장의 작은 파이를 나누는 것뿐이다. 또 다른 후임 사원이 들어오면 나의 연봉 상승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옆 카페보다 매출이 높아도 또 다른 카페 1,2,3이 들어오는 순간, 내가 먹는 파이는 더 작아진다. 하물며 무인 카페가 들어오면 어떻게 될까? 인건비 부분에서 그 카페와 경쟁해 이겨낼 수가 없다. 동네 인구는 한정되어 있고 카페는 계속 늘어나 제살 깎아먹기 마케팅이 이어진다. 그러니 누군가와 경쟁해 이긴다는 말은 순전한 패자의 언어이다.

지금까지 큰 인기를 누렸던 스타들을 보자. 퀸이 누군가와 경쟁하려 했던가? 장기하가 누군가와 경쟁해 파이를 나누어 먹으려 했나? 전혀 그렇지 않다. 그들은 남들이 가는 길에서 돌아서 순전히 자신들만이 갈 수 있는 길을 택했다.

일본에 가면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는 카페가 있다. 하지만 거기에는 자격이 있다. 주최 측에서 제한한 대학교의 학생들만 갈 수 있는 것이다. 일본 내 상위권 대학의 학생들이란 짐작이 간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카페가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고 수익을 얻느냐고? 뛰어난 학생들만이 올 수 있는 곳이니 인재영입을 하는 기업의 광고를 카페에 노출시켜 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제로투원 게임이다. 카페이지만 다른 카페와 경쟁하지 않는 전략이다. 그러니 이 카페는 옆에 스타벅스가 생기든 폴바셋이 생기든 상관이 없다. 남들이 가는 길에서 돌아서 독점해 버린 것이다. 지금 당신은 어떤 시장에서 누구와 경쟁하며 살고 있는가? 경쟁이라는 프레임 속에 빠져 허둥되고 있지는 않는가? 그렇다면 지금 당장 그 프레임에서 빠져나와라. 아무리 열심히 해도 돌아오는 건 스트레스와 상하는 몸뿐이니까.

'어떻게 광고해야 팔리나요'의 저자(주)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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