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수본부장 임명 하루 만에 낙마, ‘인사 검증’ 제대로 했나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정순신 변호사가 대통령 임명 하루 만인 25일 낙마했다.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수본부장 자리에 검사 출신을 임명한 데 대해 경찰 조직이 술렁이는 가운데, 정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전력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 채 정 변호사를 국수본부장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시스템에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25일 정 변호사는 "저희 아들 문제로 송구하고 피해자와 그 부모님께 저희 가족 모두가 다시 한번 용서를 구한다"며 국수본부장직을 사퇴했다. 대통령실은 사의를 수용해 임명을 취소했다. 학교폭력은 국민들에게 민감한 이슈인 데다 여권에서도 사퇴 촉구 목소리가 나오는 등 여론 악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 변호사 아들은 2017년 자율형사립고 재학 중에 동급생에게 "돼지 새끼" "빨갱이" 등 폭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도 확정 판결 했다.

정 변호사의 사퇴에도 인사 검증 부실 논란은 커지고 있다. 경찰청은 "본인 일이 아니고 자녀와 관련된 사생활인 만큼 검증 과정에서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충분히 알아보지 못하고 추천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경찰이 인사 검증의 주체가 아니었던 만큼 사과보다 안타까움을 밝힌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선 국수본부장은 고위공직자여서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과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검증 작업이 진행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을 하던 민정수석실을 폐지했다. 대신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해 인사 검증을 맡겼다. 정 변호사 아들의 학폭 문제는 5년 전 언론에 보도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 변호사 부부가 아들의 징계를 취소하려고 소송전을 벌이고, 학폭을 변명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샀다. 인사 검증 시스템이 이런 문제를 놓쳤다면, '부실 검증'이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에 국민들이 분노한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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