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우내 무채색이 일색이던 천지는 따스해진 볕 아래 알록달록한 봄을 준비하는 듯하다. 여름의 뜨거운 태양과 모진 비바람을 견뎌내고 열매 맺기에 분주한 가을을 지나, 낯설고 멀게만 느껴지던 매서운 추위의 끝자락. 2월의 마지막 주는 모두가 한마음으로 따스한 봄을 기다린다.
한결 부드러워진 바람과 따스하게 내리쬐는 한 줄기 햇살이 겨우내 움츠러든 마음을 환히 비춰주는 것 같다.
음악으로 아내를 향한 사랑을 열렬히 표현한 슈만이 쓴 첫 번째 교향곡은 '봄'이다.
오랫동안 고민하고 애쓴 클라라와의 사랑을 결혼이란 결실로 꽃 피운 다음 해에 완성된 이 작품은 슈만이 맞이한 인생의 봄날을 노래한다. 트럼펫과 호른의 팡파레 소리가 봄의 시작을 알린다. 겨우내 꽁꽁 얼어붙은 땅과 초목의 뿌리가 서서히 풀리며 흔들리는 땅의 진동과 태동을 표현하는 듯하다. 봄의 강한 생명력과 힘찬 에너지가 전해진다. 깊은 겨울잠을 깨우는 듯한 현악기의 일렁거림과 그 위에 얹어지는 플룻, 클라리넷, 오보에 소리는 부푼 기대감으로 다가오는 봄을 더욱 재촉한다. 이어 빠른 템포로 이어지는 현악기의 희망찬 선율은 마침내 싱그러움을 가득 안고 봄을 향해 내딛는 행복한 발걸음 같다.
우리 눈앞에 펼쳐질 봄은 따듯한 햇볕 아래 산뜻한 향기를 내고 형형색색의 아름다움을 뽐낼 테지만, 그것은 추운 땅 속에서 하루하루 인고의 시간을 견디며 일궈낸 결실의 축복일 것이다.
흔히 봄은 모든 것을 새로이 맞이하는 시작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자연의 순리를 따라 가보니 봄은 여름과 가을 그리고 겨울을 지나며 모아둔 강렬한 에너지로 초록의 화산을 마음껏 발산하는 결실의 계절이다. 슈만이 교향곡 '봄'의 마지막 악장을 끝낼 때까지 가진 벅참 역시 여름 가을 겨울을 견딘 후에 오는 환희와 설렘이다.
혹독한 삶의 시련과 아픔, 고난 속에 방랑자 같은 삶을 살아온 슈베르트도 짧은 생이지만 늘 따뜻한 봄을 기다리며 살아갔으리라 생각한다. 평생 가난했던 시간 안에서도 늘 봄을 기다리며 봄의 희망을 노래하는 수많은 아름다운 선율들을 써갔다. 그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노래들은 오늘날 우리의 봄과 늘 함께하며 봄의 낭만과 찬란함을 느끼게 한다.
흔히 사계절은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불리지만 나는 힘찬 에너지를 가진 봄을 계절의 절정에 두고 싶다. 생기, 환희, 향기, 활기, 기대, 봄을 떠올리는 모든 것들이 삶 속으로 들어오기를 바란 슈만의 봄날과 같이, 우리에게도 곧 온 세상이 화사하게 물드는 봄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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