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교칼럼] 자기 얼굴에 대한 책임감

능인 스님

능인 스님
능인 스님

첫인상! 누구나 관심을 두고 그것을 가꾸고 싶어 한다. 나는 어릴 때부터 노안이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다. 나이에 비해 성숙해보인다는 말이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이 강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너무 강해보여서 곁에 가기에 어렵게 느껴진다고도 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어렸을 적 친구들과 사소한 일로 말다툼할 때 아무말 못하고 웅얼웅얼 속마음만 애태웠던 기억이 있다. 그때 나는 인상이라도 강하게 보이면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겠지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가만히 있어도 인상을 쓰고 있었다. 표정도 훈련하기 마련인 것을 그때 알았다. 점점 강해지는 나의 얼굴과 마음이 어느새 자리하고 있었다. 점점 친구들은 나에게 말을 걸지 않고 그냥 피해 다니곤 했다.

출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동기 스님들은 나를 그저 인상이 강한 스님이라고 콕 찍어 말했다. 마음 한쪽으로는 속상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무심코 지나가면서 거울을 바라보게 되었다. 아주 날카롭게 지나가는 듯한 칼날 같은 인상이 보였다. 바로 지금의 나였다. 낯설고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차 싶었다. 매 순간 마음을 비춰보고 훈련하는 출가자로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자비로운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우울했다. 왜 이렇게 변했을까? 어쩌면 어릴 때 그저 강하게만 보여주고 싶은 그 강함보다 뭔가 화가 잔뜩 난 얼굴과 불만이 많아 보인 모습이었다. 불교에서는 참된 사람의 보시(布施)에 대해 "믿음으로 보시하고, 존중하면서 보시하고, 바른 시기에 보시하고, 마음에 남음이 없이 보시하고, 자기와 남을 손상하지 않고 보시한다", "믿음으로 보시한 뒤 어느 곳에서든 그 보시의 과보가 생기면 그는 큰 부자가 되며, 아름답고 잘 생기고 멋있고 우아한 최상의 외모를 갖출 것이다"라고 말한다.

누군가에게 베푼다는 것은 정성을 다해야 하는 마음가짐이 있다. 정성을 다한다는 것은 상대가 진정 무엇이 필요하고 원하는 것인가를 알아야 하기에 자세히 들여다 봐야 한다는 뜻이다. 나는 자신을 오롯이 들여다보지 못했다. 욕심과 성냄 그리고 어리석음으로 물들어 가는 것을 멈출 수 있는 자기 얼굴에 대한 책임을 지지 못했다.

그러나 자각은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다.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돌아보니 이제야 조금씩 보인다.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이 정말 애쓰면서 살아가고 있다. 문득 내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건네는 물음이 있다. 무엇을 보고, 말하고, 듣고 살았는지. 공자의 '시경'에는 자신을 살피는 글귀가 나오는데 "그대가 방에 홀로 있을 때 살펴야 하니 이때는 방구석에도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드러나지 않는 곳이라 하여 보는 이가 없다고 하지 마라"고 한다.

스스로 엄격함이 곧 자신의 얼굴에 대한 책임감에서 비롯된다. 코로나19를 잘 이겨나가고 있는 지금 우리는 마스크에서 점점 해방되기를 바란다. 마스크 안에 감춰진 진짜 표정에 대한 마음 읽음이 필요하다. 눈, 코, 입 근육이 만들어 내는 아름답고 부드러운 표정이 아프고 힘든 사람들에게는 희망과 용기를 심어줄 것이다. 책임감은 끝까지 함께하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엄격함을 놓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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