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윤 대통령과 전당대회, 그리고 총선

이호준 서울취재본부장
이호준 서울취재본부장

윤석열 대통령을 정치 초보라고들 한다.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지 1년도 안 돼 대선 후보가 되고 대통령이 돼서다. 그래서인지 대선 후보 때나 대통령 취임 초기 시행착오, 실수가 적잖아 아마추어 논란도 일었다. 정치 경력이 짧다 보니 국정 운영을 함께할 정치 인력 풀도 크지 않아 취임 초기 성공적인 인선을 못 한 탓도 있다.

주변에 함께 일할 사람이 적다는 것은 대통령으로선 단점이기도, 장점이기도 하다. 믿고 주요 보직을 맡길 사람이 없는 것은 단점이지만 눈치 보거나 보은해야 할 사람이 그만큼 적은 건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정치적 빚이 적기 때문에 인선에서도 자유롭고 국정 운영도 이해관계 없이, 거침없이 추진할 수 있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라는 말에 민감한 것도 이 때문일 거 같다. 빚진 사람이 없는데, 짧은 시간에 그것도 스스로의 힘으로 대통령이 됐는데 '핵관이 웬 말이냐'는 것이다. 자신의 주변에서 호가호위하는 '핵관'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고, 또 어감상 측근에 둘러싸여 눈멀고 귀 먼, 휘둘리는 대통령처럼 보이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는 듯하다.

특유의 보스 기질도 '초보' '아마추어' '핵관' 등의 표현에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일 수 있다. 자존심 문제다. 게다가 윤핵관이라는 말은 누가 만들었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다. 대선 후보 및 대통령 시절 당시 당 대표와의 관계로 철천지원수가 따로 없었던 이의 신조어라 생각조차 하기 싫을 수 있다.

아슬아슬하던 윤 대통령의 '핵관 뇌관'은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결국 터졌다. 안철수 당 대표 후보의 윤핵관, 윤안 연대 발언에 발끈하고 나섰고, 대통령 당무 개입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이후 정치권에서 윤핵관 언급이 잦아들고 윤핵관들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조용해졌지만 부정적인 이미지 형성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실제로 이는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됐다. 여기에다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한 집단 린치, 대통령실·정치권의 잇단 심기 경호성 대통령 옹호 발언 등이 오히려 독이 돼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를 크게 떨어뜨렸다. 40% 안팎을 유지하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당대회 개입 논란 이후 30%대로 추락했다.

이후 윤 대통령도, 대통령실도 더는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고, 지지율은 다시 올라 40%대를 회복한 뒤 2주 연속 유지되고 있다. '지지율이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지 그게 뭔 대수냐'고 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내년 4월까지의 대통령 지지율은 내년 총선의 바로미터다.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내년 총선은 윤 대통령의 중간 평가다. 누가 당 대표가 되느냐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 영향력이 윤 대통령 중간 평가 이상일 순 없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 인기가 추락하면 누가 당 대표가 되더라도 필패다. 총선에서 지면 윤 대통령도 남은 임기 동안 국정에 힘을 싣기 어렵다.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말을 쉬이 해선 안 된다.

전당대회가 일주일 남았다. 윤 대통령은 전당대회에 일절 관여하지 말고 당무 개입으로 비칠 수 있는 말·행동에 조심하며 국정에만 전념해야 한다. 설사 당선되길 원하는 후보가 있고, 그 후보가 불리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묵묵히 지켜만 봐야 한다. 내년 총선은 대통령이 이미지 관리에 절대적으로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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