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 인구 감소는 축복이 아니다

채정민 경제부 차장
채정민 경제부 차장

'세계 인구 1위=중국'이란 공식이 깨지고 있다. 유엔은 지난해 발표한 '세계 인구 전망'에서 올해 4월 인도 인구가 14억2천577만5천850명을 기록, 중국을 추월할 거라고 예측했다. 일부 기관은 이미 지난해 말 인도가 역전했다고도 한다.

인구가 주는 걸 걱정하는 나라도 있지만 인도의 고민도 작지 않다. 경제는 꾸준히 성장 중이지만 인구 증가세를 감당할 만큼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는 게 문제다. 이 때문에 빈곤, 소득 불균형, 식량 부족 현상이 심화한다. 교통·통신·의료·교육 인프라도 부족한 상황을 맞고 있다.

그렇다면 인구 감소 문제는 그리 큰 걱정거리가 아니란 걸까. 실제 인구 감소는 재앙이 아니라 축복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인구가 줄면 사람이 귀하게 대접받는다'는 것이다. 인구 증가 속도가 느려지면 국내총생산(GDP)이 빨리 늘지 않아도 1인당 GDP는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재화와 자원이 한정돼 있기에 인구가 늘지 않거나 줄어야 1인당 투입되는 비용이 많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1인당 GDP가 높은 나라 가운데는 인구가 적은 나라가 여럿이다. 1위인 룩셈부르크(13만5천682.79달러)를 비롯해 상위 10위권(통계청 2021년 자료) 내에 포진한 아일랜드(2위), 스위스(3위), 노르웨이(4위), 싱가포르(5위), 아이슬란드(7위) 등은 인구가 1천만 명 이하다. 룩셈부르크와 아이슬란드는 100만 명이 채 안 된다. 5천만 인구를 가진 한국의 1인당 GDP는 3만4천983.7달러(24위)다.

일리 있는 말처럼 들린다.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인구가 줄어 개개인이 귀하게 대접받는 상황이 올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계속될 수 있을까. 대접을 받는 사회구조를 유지하려면 누군가는 일을 해야 할 텐데 인구가 줄다 보면 일할 사람 역시 감소한다.

노동력 부족 현상은 이미 현실이 됐다. 통계청 등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 세계 총인구 가운데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2년 65.3%에서 2022년 64.9%로 감소했다. 우리는 같은 기간 73.4%에서 71%로 줄었고, 2070년에는 46.1%까지 떨어진다는 전망이 나왔다.

2070년까지 갈 것도 없다. 우린 이미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출산율이 1명 미만인 곳은 우리뿐이다. 대표적인 저출산 고령화 국가인 일본도 2021년 합계 출산율이 1.30명 수준으로 우리보다 훨씬 높다. '최악의 인구 충격'이라 할 만하다.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하면 세입이 주는데 복지, 의료 등에서 정부 지출은 급증한다. 결국 나라가 버틸 재간이 없다. 우리도 가만히 앉아만 있었던 건 아니다.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출범, 각종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했다.

취업, 내 집 마련, 사교육비 증가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정부가 이달 새로운 저출산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이젠 정말 '언 발에 오줌 누기'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한 맞벌이 부부의 얘기가 귀에 맴돈다. "공부요? 그건 둘째 문젭니다. 안전하게 아이를 맡길 곳이라도 좀 있으면 좋겠어요.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 가능한 이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아이를 보살펴 줄 곳이 절실합니다. 그래야 아이를 낳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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