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현대미술의 주요 흐름과 이슈에 집중하는 대구미술관의 '대구포럼' 전시가 2년 만에 두번째 얘기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물과 불, 몸이다. 윤희, 황호섭, 김택상 등 3명의 작가가 각각의 요소를 통해 예술의 본질과 근원적인 미의 가치, 정신을 얘기한다.
윤희 작가는 프랑스와 국내를 무대로 활동하는 조각가다. 150~300kg에 달하는, 원뿔·원기둥·구 모양의 거대한 주형을 사용해 작업한다. 주형 안에 펄펄 끓는 쇳물을 던지는 동시에 굴려 조각을 만들어내는 것. 힘과 방향, 속도, 쇳물 양을 조금씩 다르게 해 의도성 없이 굴리고 던지는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작품이 탄생한다.
연약하면서도 거칠고, 금방 바스러질 듯 하면서도 단단한 모습을 지닌 구형과 원뿔 조각들은 선큰가든과 2전시실 초입에서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또한 벽에 걸린 그의 조각 작품들은 그림자까지 작품의 일부가 된다.
2전시실 안쪽에는 황호섭 작가의 작품이 전시돼있다. 그의 '무제(Untitled)' 연작은 화면에 붓질을 가하지 않고 드리핑 기법으로 물감을 흩뿌린 결과물이다. 작가는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캔버스 표면에 흩뿌려진 아크릴 물감에 물을 뿌린다. 물감의 가장자리만 굳고 중심이 씻기면서 실반지와 같은 무수한 원형의 색 띠만 남게 된다.
특히 구리, 사금, 망간, 운모 등 광물이 섞인 안료가 연출하는 신비로운 반짝거림은 마치 별들로 채워진 우주 공간 혹은 오로라를 보는 듯하다. 물감이 자연스럽게 흩어지고, 흐르고, 다시금 씻기는 반복적인 일련의 행위를 통해 자연의 생명력과 우주의 근원적인 힘을 마주하고자 하는 것이 작가의 의도일지도 모른다.
3전시실은 김택상 작가의 초기부터 최근까지의 작품을 압축적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전시장을 나오기 전 마주하는 최근작 'Somewhere over the rainbow'는 후기 단색화의 새로운 흐름을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자연의 색채를 캔버스로 옮겨온다. 그의 작업은 대부분이 물로 이뤄진다. 물감을 물에 희석해 캔버스가 잠기게 한 뒤, 물에 잠기는 표면의 면적과 침전되는 시간, 건조하는 작업 등을 조절하며 화면을 구성한다. 때문에 그의 작품에는 작업실 안의 빛, 바람, 시간, 중력, 계절이 고스란히 담겨져있다.
최은주 대구미술관 관장은 "세 작가는 모두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각 요소들을 소재로 수행처럼 작업을 해왔다. 물·불·몸은 결국 우주를 구성하는 요소들이기에 서로 얽혀있다. 세 요소의 다름과 같음, 이들의 연결성을 느낄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포럼Ⅱ '물·불·몸'은 대구미술관 2, 3전시실과 선큰가든에서 5월 14일까지 이어지며 월요일은 휴관이다. 053-803-7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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