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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창문에 물린 세금

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1696년, 영국 메리 여왕이 재정 적자 해결을 위해 '창문세'(windows tax)를 도입했다. 창문이 7개 이상인 집이 과세 대상이다. 창문이 많으면 세금도 많다. 왜 창문이었을까? 당시 창문은 부의 상징이었고, 밖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창문세의 가장 큰 피해자는 도시빈민이었다. 건물주는 세금을 덜 내려고 창문을 가리거나 막았다. 세들어 사는 빈민들은 햇빛 한 줌 없는 곳에서 살아야 했다. 그 여파로 콜레라 등 전염병이 창궐했다. 사람들은 창문세를 '햇빛 도둑'이라고 비판했다. 소설가 찰스 디킨슨은 "공기도 빛도 공짜가 아니다"고 한탄했다. 1851년 폐지된 창문세는 잘못된 조세정책의 대명사로 꼽힌다.

세금은 혁명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동학농민혁명(1894년)은 고부 군수 조병갑의 가렴주구(苛斂誅求)가 단초였다. 미국 독립전쟁(1775년)은 영국이 식민지 미국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는 문제에서 비롯됐다. 영국은 전쟁 비용으로 대규모 재정 적자가 발생하자, 미국에 설탕세 등을 부과하기로 했다. 미국은 '대표 없이 조세 없다'(정부가 의회 승인 없이 과세할 수 없다는 원칙)는 구호를 앞세워 전쟁을 벌였다. 프랑스 대혁명(1789년)도 마찬가지. 루이 16세가 면세 특권이 있던 귀족·성직자에게 과세를 한 것이 발단이었다.

정부는 세금을 거둬 국민에게 복지 혜택을 준다. 도로와 학교를 건설하고, 무기를 사서 나라를 지킨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정부와 세금의 역할을 실감 나게 했다. 그러나 '유리 지갑' 직장인들은 세금 불만이 많다. 소득이 투명한 직장인의 세 부담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이 내는 근로소득세가 5년 새 69% 증가했다. 기획재정부 '세목별 국세 수입 실적'을 보면, 지난해 정부는 근로소득세로 57조4천억 원을 거뒀다. 2017년보다 23조4천억 원 증가했다.

세금은 적절해야 한다. 많이 걷으면 국민들이 궁핍하고, 적게 걷으면 정부가 곤궁하다. 경기 침체에다 고금리, 고물가로 국민의 삶이 힘들다. 경기와 조세정책은 조화를 이뤄야 한다. "먹고 죽을 돈도 없는데 무슨 세금이냐"는 한탄이 없어야 한다. 3월 3일은 납세자의 날이다. 국민의 납세 정신 계몽과 세수 증대를 목적으로 정한 법정기념일이다. 아울러 세금 내는 국민 마음도 헤아리는 날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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