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민주당 이탈 표에 격앙 말고 궤도 이탈한 자신을 돌아보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지만 찬성이 139표로, 반대 138표보다 1표 많았다. 당초 민주당은 "이탈 표는 거의 없을 것"(정성호 의원)이라며 '압도적 부결'을 장담했지만 이탈 표가 대거 발생한 것이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이 대표 극렬 지지층인 '개딸'들은 이탈 의원 색출에 나섰다. '가결'에 투표했을 것으로 자신들이 판단한 의원 명단과 지역구가 적힌 '리스트'를 만들어 돌리기도 했다. 의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가-부 중 어느 쪽을 찍었느냐?'고 물었고, 의원들은 "나는 누차 표명한 대로 부결했다"며 '개딸'의 공격 좌표가 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도 보였다. 당내 친명계 강경파 의원들도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처럼회' 소속 김용민 의원은 "이 대표가 대선에서 이겼으면 자기 공이 가장 크다고 하고 다녔을 사람들이 오늘 찬성표를 던졌을 것"이라고 했고, 문정복 의원은 "진보는 분열해서 망한다"고 했다.

친명계 의원들과 '개딸'은 38명에 대해 '조직적 반란' '반동' 낙인을 찍는다. 하지만 다수 국민들은 이 대표가 '국회 방탄복'을 벗고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체포동의안 부결에 동참하지 않은 38명이 이탈한 것이 아니라 이 대표와 친명계 강경파 의원들, '개딸'들이 국민 상식에 반(反)하는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표결에서 민주당의 기대를 깬 38명은 민주당이 본래 모습, 본래 역할을 되찾아야 한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고 본다.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 조리실을 둘러본 뒤 급식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재명을 잡느냐 못 잡느냐, 이런 문제보다 급식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 개선에 더 관심 가져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언론들은 이 대표의 '이재명을 잡느냐 못 잡느냐'라는 발언에 집중했다. 말로는 민생을 언급하지만, 민생을 뒷전으로 밀어내고, 정쟁을 한국 정치 전면에 배치하는 장본인은 이 대표 본인이다. 민주당과 이 대표는 개인의 사법 문제를 국회로 끌고 들어오는 행위를 중단하고, 국회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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