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모범택시2’, 다시 시작된 사이다 복수의 시간

'사적 복수대행' 그대로 두번째 시즌도 쾌속주행
N번방, 파타야 살인 등 실제사건 모티브로 통쾌한 처벌 보여줘

SBS 금토드라마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2' 티저영상의 한 장면. 공식홈페이지 캡처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2'가 시작됐다. 어언 2년만의 귀환이다. 워낙 시즌1이 화제성과 더불어 호평까지 받았던 터라, 시즌2의 성공은 떼놓은 당상처럼 여겨졌던 '모범택시2'. 실로 시작부터 쾌속주행 중인 이 드라마의 힘은 어디서 나올까.

◆'모범택시'의 귀환…시작부터 기대감

첫 운행(?)부터 예사롭지 않다. 돌아온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2'는 첫 방송에 가볍게 12.1%(닐슨 코리아) 두 자릿수 시청률로 시작했다. 첫 시청률이 이렇게 높다는 건,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시즌1이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사적 복수 대행'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가져온 '모범택시'는 시즌1에 이미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실제 사건들을 모티브로 함으로써 현실감을 높였고, 그 리얼리티에 '무지개운수' 팀이라는 판타지적 존재들을 세워 통쾌한 사이다를 안겼다. 그 소재들은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을 받고 출소한 성범죄자, 지적 장애 여성에게 갖가지 폭력과 학대를 자행한 젓갈 공장, 불법 동영상을 찍고 유포해 돈을 벌어들이는 웹하드업체,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게 된 피해자까지 낳았던 연쇄살인사건 등등 이미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실제 사건들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시즌2도 그 틀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첫 사건으로 불법 동영상 공유방을 운영하고도 집행유예 선고를 받게 될 거라며 교도소 내에서도 구독자를 모집한 일당들에게 복수를 가하는 내용은 누가 봐도 'N번방 성 착취물 제작 및 유포사건'을 떠올리게 만든다. 드라마는 이 사건을 소재로 가져와 김도기(이제훈)가 해주는 시원시원한 복수극으로 그려낸다. 교도소까지 잠입해 이송차량을 전복시키고 총기를 탈취해 탈옥하게 만들어 탈옥수로 체포되게 한 것. 이로써 집행유예는 물 건너가고 최고 무기징역까지 받을 수 있게 그들을 다시 감옥으로 돌려보냈다. 두 번째로 절박한 청년들을 해외 취업시켜 주겠다 속여 감금 폭행하며 불법 도박 프로그램을 만들게 한 사건 역시 2015년에 벌어졌던 '파타야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가져왔다. 20대 남성이 고수익 알바를 제안 받고 태국으로 떠났다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이처럼 실제 어디선가 봤던 사건들은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를 더욱 몰입하게 되는 이유다. 현실에 벌어진 사건들은 너무나 잔혹하지만 그것이 만든 피해자들의 상처만큼 제대로 된 처벌을 받았는가가 의문시되는 그런 사건들이다. 그만큼 힘없는 서민들을 짓밟은 사건들이고, 그래서 시청자들은 한번쯤 공분을 느꼈을 사건들이다.

이렇게 현실적인 소재를 가져오게 된 건 시즌1을 연출했던 박준우 PD의 영향이 크다. 그는 SBS PD로서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연출했던 PD였다. 그래서 그 방송에 소재로 등장했던 사건들을 '모범택시'의 소재로 가져왔고, 이것이 주효했다. 실제 현실에서는 착한 서민들이 피해자로 당하고, 법조차 그들을 도와주지 않아 자살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래서 드라마는 피해자 혹은 피해자 가족이 자살하려는 그 순간에 '죽지 말고 전화하세요. 대신 해결해드립니다'라고 적힌 스티커를 발견하게 하고 무지개 운수에 사건을 의뢰하는 방식으로 현실과는 다른 판타지 전개를 선보인다. 시청자들은 시원해진다. 현실이 답답한 고구마일수록 더더욱. 그래서 시즌2로 돌아오는 약 2년간의 답답했던 현실만큼 '모범택시2'가 전해줄 시원한 사이다에 갈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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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2' 티저영상의 한 장면. 공식홈페이지 캡처

◆매력적인 캐릭터와 루틴 연출

물론 이러한 고구마 현실과 사이다 판타지를 더한 기획이 가진 힘만으로 이 드라마가 시즌제로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건 아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중요한 요소가 더해져 있다. 그것은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프로그램이 창출해낸 일종의 루틴 연출이 그것이다.

'모범택시'가 여타의 복수극과 사뭇 다른 건, 제목에 담겨 있듯이 '모범택시'를 이 사적 복수극의 중요한 소재로 세워 놓았다는 점이다. 택시라는 서민들의 사정을 발빠르게 듣거나 나눌 수 있는 운송수단을 선택했고, 거기에 '모범'을 굳이 붙인 건 이들이 할 '사적복수'에 대한 일종의 풍자라고 볼 수 있다. 죄를 지은 자가 당연히 벌을 받는 그런 모범적인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택시가 그 모범을 만들겠다는 의지이고, 이 사적 복수(이것도 범죄이지만)가 차라리 서민들이 원하는 '모범'이라는 메시지가 거기에 담겨있다.

이러한 모범택시로 사적 복수를 하는 이들의 연결고리를 캐릭터화하면서, 그 안에 무지개 운수팀으로 합류하는 저마다의 역량을 가진 인물들을 세운다. 특수부대 장교로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상대를 제압하는 능력을 가진 모범택시 기사 김도기(이제훈)가 중심에 서고, 피해자들에게 새 삶을 제공하는 무지개 운수 대표 장성철(김의성)이 처리해야할 사건들을 가져온다. 여기에 경리과 직원이지만 실상은 IT전문가이자 해커인 안고은(표예진)과 정비실 엔지니어들로 택시를 개조해 특수한 능력을 입히는 최주임(장혁진)과 박주임(배유람)이 든든한 팀원으로서 자기 역할을 수행한다. 전형적인 케이퍼 무비의 형식을 가져와 그 안에 '모범택시'에 걸맞게 재해석한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세워 놓은 것이다.

게다가 이 드라마는 사건의뢰를 받고 출동하는 그 일련의 과정이 하나의 루틴 연출로 그려져 시청자들을 기대하게 만드는 효과를 만든다. 먼저 사건들을 피해자 입장에서 보여주고, 그들이 너무 힘겨워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할 때 무지개 운수팀이 도처에 남겨놓은 스티커를 발견하게 한다. 그리고 피해자가 사건을 의뢰하면 김도기가 지하에서부터 승강기를 타고 올라온 택시를 타고 출동하는 장면이 정해진 배경음악과 함께 루틴 연출로 담긴다. 마치 배트맨이 배트카를 타고 출동할 때 보여주는 그러한 양식화된 스토리 전개와 연출은 이 드라마가 언제 시즌을 거듭해도 시청자들이 쉽게 빠져들게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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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2' 티저영상의 한 장면. 공식홈페이지 캡처

◆사적 복수의 카타르시스와 씁쓸함

'모범택시2'는 베트남 로케이션으로 첫 에피소드를 채워 넣으며 시즌1보다 업그레이드된 스펙터클을 기대하게 했다. 게다가 선량한 이들의 마음을 유린한 사건들로 앞부분을 채워 먼저 시청자들을 드라마에 동승시켰다. 취업 사기로 해외까지 끌려갔다 무지개운수팀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탈출해 돌아오게 된 사건의 경우, 아들이 빚에 쪼들리는 아버지를 위해 해외 취업을 하려다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절절한 부성애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고, 농촌의 어르신들을 상대로 벌이는 사기에 걸려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할머니의 사건은 자칫 자식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그런 선택을 하려 했다는 점에서 그 모성애에 시청자들이 공감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피해자들에 대한 공감과 가해자들에 대한 분노가 커질수록 '모범택시'의 속도감과 타격감은 커진다. 그래서 이 사적 복수극을 보면서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크면 클수록 그 현실의 씁쓸함도 커진다. 시즌제 드라마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소재가 넘치는 게 현실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사법 정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을 눈앞에서 계속 목도하게 된다.

시즌2로 오면서 시즌1에 등장했던 강하나(이솜) 같은 검사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그래서 마치 이제 검찰 같은 사법 정의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게 된 현재를 투영한 대목처럼 보인다. 검찰 같은 공권력 자체가 보이지 않는 '모범택시2'에서 무지개운수 팀의 사적 복수는 그래서 더 거침없어졌고 선악이 분명해졌으며 이로써 전해지는 카타르시스도 커졌다. 갈수록 거침없어지는 사적 복수는 이 모범적인(?) 시즌제 드라마가 향후에도 계속 순항할 수 있음을 드러내지만, 거기에는 갈수록 먹구름이 드리워진 현실의 정의를 바라보는 답답한 서민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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