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기태(52) ㈜피쉐프코리아 대표는 15살이던 1986년 구미시의 한 제과점에서 제빵을 처음 배웠다.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천방지축 소년이던 그는 어린 마음에 무작정 집을 나왔다.
마음 맞는 친구와 발걸음 닿는 대로 가다 보니 도착한 구미에서 해야 할 일은 일거리 찾기였다. 조건은 단 하나 '숙식을 제공하는 곳'. 두 사람은 가위바위보를 해 이긴 사람이 중국집, 진 사람이 빵집에서 일하기로 했다. 박 대표는 가위를, 친구는 주먹을 냈다. 박 대표가 제과업계에 입문하는 순간이었다.
34년이 지나 박 대표는 2020년 대구시 제과제빵 직종 '달구벌명인'에 이름을 올렸다. 대구시는 "우수한 기술을 보유하고, 지역 산업현장에서 기술 발전과 기술인 지위 향상에 공헌한 숙련기술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2013년 대한민국 제과기능장을 획득한 뒤 2017년 프랑스에서 열린 월드페이스트리컵에 한국 국가대표로 출전해 공로상을 받았고, 2018년 대한제과협회 대구경북 제과인상을 수상했다. 이 밖에도 2014년 한국제과기능장협회‧대한제과협회 주최 코리아마스터 베이커팀 챔피언십 3위, 2015년 대한제과협회 주최 프로제빵왕 경연대회 최우수상 등 기록을 남겼다.
박 대표는 "30여년 전이면 잠만 재워 주면 일하던 시대다. 사실 빵에는 관심이 없었다"라면서 "지금은 '직접 만들지 않은 빵은 빵이 아니다. 매장에서 직접 반죽 쳐서 구운 빵이 진짜 빵이다'라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 빵장수 쉐프 1호점을 낸 지 올해 10년째를 맞았다.
▶ 2013년 7번 사업에 실패하고 신용 불량자 상태에서 제빵 사업을 시작했다. 신용 불량자 딱지는 2015년에 뗐다. 그전까지 2년 동안은 누나 명의로 가게를 얻어 일을 했다. 첫 가게는 '빵장수 쉐프'(장수당), 그다음 개장한 게 '빵장수 단팥빵'이다. 중구 동인동에 문을 연 빵장수 쉐프 1호점은 2020년 달서구 장기동으로 이전했다.
지금은 빵장수 쉐프, 빵장수 단팥빵에 더해 '빵장수 꽈배기', '이탈리안 쨔빠따', '카페 소담' 등 5개 베이커리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이탈리안 쨔빠따는 R&D(연구 개발) 매장이다. 전 직원 120여명 중에 쉐프만 50여명이 일하고 있고, 본사 직영 R&D 매장에서 개발한 빵만 판매한다. 빵에 들어가는 원료도 보유 공장에서 제조해 사용한다.
빵장수 꽈배기의 경우 관광지 등 특수 상권에서만 운영하는 매장이다. 동대구역사 등에 입점해 있다. 최근에는 베이커리 카페 소담을 새로 출시했다. 요즘은 '투잡' 시대인데, 창업하고 싶어도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아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소자본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든 브랜드다.
소담 출시 4달 만인 오는 4월 12호점 개장을 앞두고 있다. 전체 매장 수는 전국에 50개 정도인데, 올 연말까지 120개로 확장할 계획이다. 미국 뉴욕에서도 출점 절차를 밟고 있다.
- 대외활동 폭이 넓다. 대구 명품빵 추진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 제2대 대구 명품빵 추진위원장을 맡게 됐다. 대구의 빵을 브랜드화하자는 취지로 조직이 구성됐고, 추진위원회에서 '대구는 빵'이라는 슬로건으로 브랜드 '대빵'을 개발했다. 대구에서 유명한 사과 등을 재료로 삼아 만든다. 추진위원회가 자체적으로 개발도 하고, 명품빵 경연대회도 개최한다.
대회에서 1등을 한 빵을 '대빵'으로 선정하는데, 그동안 2차례 경연대회를 열어 애플 모카빵과 애플 파이를 각각 1, 2대 대빵으로 선정했다. 개발한 빵을 우선 활성화하고 제3회 경연대회를 열 생각이다.
대빵 개발에는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대구경북에서 나는 농산물을 이용하려고 한다. 대구에 유명한 사과, 연근 등 재료를 활용하는 방법을 계속 연구하고 있다.

- 대구의 다른 명장들과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고.
▶ 봉사 정신으로 기술을 전파하는 게 명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지역에서 봉사를 더 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달서구의회 서민우 의원(국민의힘·죽전동·장기동·용산1·2동)이 먼저 아이디어를 냈고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대구 달서구갑)이 권유하면서 함께 학교 밖 청소년 멘토링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
대구에서 1년에 학교 밖 청소년 2천여명이 나온다고 한다. 이 같은 아이들을 보호, 관리하지 않으면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일도 생길 수 있다. 그런데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는 국가 차원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경험을 발판으로 삼아 아이들에게 공감해 주고 잘 성장하도록 돕기로 했다. 대구시명장회 40여명이 동참한다. 대구시명장회에 미용, 한복, 제빵 등 여러 업종의 기술인이 있다. 이들 명장이 멘토가 돼 학생들의 진로 설정과 취업을 돕는 일이다.
지난해 11월 홍석준 의원, 8개 구군의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와 달서구 청소년수련원에 모여 간담회도 진행했다. 현재 교육 과정 등 세부적인 프로그램을 짜는 중으로, 60~70% 정도 준비된 상태다.
- 지역 제빵‧제과업계가 더 성장하려면 어떤 부분에서 보완이 필요할까.
▶ 우선 필요한 건 홍보 활동이다. 제과인 중에는 기술만 있고 장사는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많다. 대한제과협회 중앙회 부회장 직도 맡고 있는데, 협회가 낙후된 제과점의 영업 환경을 개선할 여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활용한 홍보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홍보 효과를 극대화할 디자인 등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가게를 한 번 찾은 사람은 이후에도 계속 오도록 만들어야 한다. 프랜차이즈는 모두 고객 DB(Database) 구축 작업을 하는데 일반 제과점 중에는 DB 작업을 한 곳이 30% 정도밖에 안 된다. 점주들이 할인 행사 시 활용하도록 DB 구축 등에 관한 세미나도 진행하고 있다.
-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 우리나라 최고의 명장이 되는 게 목표다. 또 대구 하면 빵장수, 빵장수 하면 대구라 할 만큼 상징적인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다. 이를 위해 봉사활동도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에는 방역 때문에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소방관, 의료진이 많다는 소식을 듣고 소방서와 보건소, 병원에 5천만원 상당의 빵을 기부했다.
더해서 대구시가 운영하는 창업사관학교에 단기 교수로 참여, 베이커리 관련 창업과 인생‧진로에 관한 교육을 해 주고 있다. 창업을 하려는 사람 중에 80% 정도는 준비가 안 돼 있는데, 멘토로서 사람들이 가게를 차리고 잘 꾸려가도록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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