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와 성남FC 불법 후원금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되었다. 재적 과반수(149표)에 10표가 부족해 가까스로 부결은 되었으나, 찬성(139표)이 반대(138표)보다 한 표 많았다. 체포동의안에 반대하지 아니하여 사실상 찬성으로 보아야 하는 기권 9표를 합하면 찬성은 148표가 되고, 무효 11표 중 절반을 찬성표를 던질 의사였다고 보아도 찬성이 절반을 훨씬 넘어선다. 실질적으로는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이다. 압도적인 부결을 호언했지만 '턱걸이 부결'로 방탄 국회는 실패했다.
분석에 의하면 야당 재적 의원 169명 중 최소 31명, 최대 38명이 이탈한 것으로 추정된다. 부결 직후 이탈에 대하여 예상을 못 했다거나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으나 이는 진심으로 볼 수 없다. 방탄 국회의 균열 조짐은 미세하지만 뚜렷이 감지되었다. 이 대표나 민주당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와 관할 법원 판사의 체포동의 요구에 대하여 구체적인 반박은 없이 '목표물을 잡을 때까지 반복하는 사법 사냥' '야당 탄압' '오랑캐의 불법적 침략'이라는 구호성 프레임으로 맞섰다. 기만적 정치 언어의 힘을 과신하였다. 구속영장의 범죄 사실에 대한 변소는 설득력이 없고 공허하였다. 변소가 사실이라면 기각될 것이 명백하니 판사 앞에서 진술하라는 단순한 요구를 거절하였다. 이런 발언과 행태에 대하여 많은 소속 의원들은 이 대표의 심리적 바닥을 들여다보고 기대와 가능성을 접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치사에서 '방탄 국회'라는 용어는 1998년도에 처음 등장하였다. 당시 한나라당은 불법 대선자금 모금 혐의를 받은 소속 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연이어 임시국회를 소집하였다. 이를 두고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명을 가진 민주당 조순형 의원이 방탄 국회라고 비난한 것에서 유래되었다.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제헌국회부터 제14대 국회까지 16건이 제출되어 11건이 가결되었다. 비교적 제도의 본래적 취지에 맞게 운용되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제21대 국회 이전 접수된 체포동의안 33건 중 가결된 것은 3건에 불과하였다. 불체포특권은 제도적으로는 의회·대의제 민주주의하에서 헌법기관인 국회가 자신에게 부여된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는 것을 보장함에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운영의 실태는 불체포특권이 제도의 본래적 취지를 벗어나 비리 의원 감싸기 수단으로 남용되고 있다는 국민적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였다.
그러다가 21대 국회에 이르러 사정이 다소 달라졌다. 의정 활동과 무관한 범죄로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정찬민, 이상직, 정정순 의원에 대한 3건이 모두 가결되었다. 국민들은 이제 국회의원들이 성숙한 국민 의식에 맞추어 불체포특권을 남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권'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뇌물 혐의를 받은 노웅래 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자 국민들은 분노하였다. 개인적 범죄 혐의를 받는 노 의원에 대하여 당론으로 체포동의안 반대를 밀어붙임으로써 여론을 악화시켰고, 결과적으로 이 대표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였다.
원래 불체포특권은 영국에서 절대적 권한을 가진 국왕에 대항하여 국회의원이 획득한 권한으로서 1689년 권리장전에 처음 성문화된 이래 세계 각국의 헌법에 널리 채택된 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48년 제헌헌법에 규정돼 자구 수정을 거쳐 현행 헌법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회의원은 헌법상 불체포·면책특권뿐만 아니라 높은 급여, 10명 가까운 보좌진과 차량, 각종 지원과 혜택 등을 받는다. 반면 한국 국회의 경쟁력은 OECD에서도 최하위를 맴돌고, 국내에서는 '4류' 내지 '등급 외'라는 힐난을 받는다. 자격 미달의 국회의원에 대한 소환 제도는 인정되지 않는다.
우리 헌법은 '사회적 특수 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불체포특권이 제도의 본래적 취지를 벗어나 국회의원 개인 비리에 대한 '방탄' 수단으로 남용된다면 그것은 헌법이 금지하는 특수 계급을 창설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국민들은 적어도 의정 활동과 무관한 범죄에 대하여는 국회의원도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판사 앞에서 영장 심사를 받는 것이 공정하다고 믿고 있다. 불체포특권을 비롯하여 국회의원의 수많은 특권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여 내려놓거나 개선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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