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경주시 성동동 옛 경주역. 대합실이 있던 공간엔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1840~1926)의 그림이 내걸렸다. 관람객들은 그의 대표작 '인상: 해돋이'(1872), '양산을 쓴 여인'(1875) 등 20여 점의 작품 앞에서 편하게 사진도 찍고 이야기를 나누며 자유롭게 그림을 감상했다.
물론 그림은 진짜가 아니다. 가장 비싼 그림이 1천300억원에 달하는 모네의 진품이 이곳에 걸릴 리는 없다. 모두 정교하게 복제된 '레플리카'다.
레플리카는 모작이라고는 해도, 그림 파일로 출력한 그림과는 차원이 다르다. 인증 받은 업체가 1대 1 크기로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재현한다. 초고화질 데이터를 이용해 캔버스 천에 그림을 출력하고 이를 다시 '바니쉬'로 불리는 투명한 미술용재를 붓으로 덧칠해 터치감을 살리는 식이다. 국내 유명 미술관들도 이따금씩 레플리카 명화전을 열기도 한다.
이날 이곳을 찾은 관광객 김명희 씨는 "복제품 전시이긴 하지만, 외국으로 직접 찾아가지 않는다면 평생 구경 한 번 하기 힘든 그림을 무료로 볼 수 있어 좋았다"며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탄생한 경주역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철도 폐쇄로 문 닫을 위기에 처했던 옛 경주역에 다시금 생기가 돌고 있다. 경주시와 경주문화재단이 2021년 12월 운영을 중단한 옛 경주역을 새 단장해 지난해 12월 2일 '경주문화관1918'이란 이름의 문화공간으로 재개관하면서다. 이후 조금씩 입소문이 나면서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시와 재단은 이 문화관에 미술 전시공간을 만들고, ▷공유 사무실 ▷3D프린터 작업실 ▷촬영‧녹음을 위한 스튜디오 ▷커뮤니티룸 등을 마련해 시민이 다양한 창작활동을 하면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역 광장은 버스킹 공연장과 예술품 벼룩시장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경주문화관1918'이란 이름은 1918년 개통한 경주역 역사를 기리고 주민에게 문화의 힘을 높이기 위한 문화플랫폼으로 거듭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금은 오는 5일까지 일정으로 개관기념 특별전 '빛과 색채의 마법사 클로드 모네: 레플리카'를 열고 있다. 전시 오픈 이후 하루 평균 100여 명의 인원이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는 게 경주문화재단 측 설명이다.
시와 재단은 2일부터 6월 23일까지 경주문화관1918 수시 대관 신청을 받는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 ▷오후 1시부터 6시 ▷오후 6시부터 9시로 나눠 신청을 받는다.
경주에 주소를 둔 개인과 비영리 단체, 경주 소재 학교 재학생이나 직장인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구도심 주변 지역경제 활성화와 문화예술 관광의 새로운 거점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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