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현수막이 걸려있던 가로등이 강풍에 쓰러져 보행자를 덮치는 사고가 났다면 누구의 책임이 가장 클까?
6일 포항북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20일 오전 6시쯤 포항시 북구 죽도동 5호광장 사거리 한국은행 포항본부 방면 교통섬에서 도로를 건너던 30대 남성 A씨를 향해 가로등이 뽑히듯 쓰러졌다.
이 가로등에 부딪힌 A씨는 머리 등을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지난달까지 입원 치료를 받다 최근 생계 문제로 퇴원해 통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를 조사 중인 경찰은 책임 소재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고 원인이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로등이 쓰러지기 전날 가로등과 신호등 사이에는 설명절 인사말이 적힌 현수막 4개가 걸렸다. 2개는 지역 선출직 공무원이, 나머지 2개는 지역 농협 조합장과 자생단체가 각각 걸었다.
이날과 다음날 포항에는 태풍급 강풍이 불었는데, 이 때문에 경찰은 가로등이 현수막을 미는 풍압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을 것으로 보고 맨 먼저 현수막 업체를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다 가로등 기초공사가 허술하게 진행돼 사고가 났을 것이라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면서 경찰이 살펴봐야 할 사항이 늘었다.
규정대로 가로등과 콘크리트 기초를 단단히 고정시켜야 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주장으로, 이 주장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포항시도 사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여기에다 4개 현수막 모두 위법하게 걸려 있던 것으로 나타나 이곳에 현수막을 걸도록 주문한 원청의 잘못인지 현수막 업체의 잘못인지도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옥외광고물법이 선출직 공무원인 시·도의원이 아무 데나 마음대로 현수막을 걸어도 되도록 개정됐어도 게첨 기간과 현수막 책임자 등을 현수막에 적지 않은 것은 위법의 소지가 있다. 나머지 2개 현수막은 포항시에 신고도 되지 않은 불법이다.
경찰 관계자는 "가로등이 쓰러진 원인을 한 가지로 딱 찍기에 복잡한 상황이 얽혀있다. 하나하나 면밀히 들여다보는 중"이라고 했다.
한편, A씨는 이번 사고 책임자가 가려지지 않고 있다 보니 병원비를 자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항시 관계자는 "경찰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며, 결과에 따라 조치할 방침"이라며 "책임 소재가 명확해지면 피해자 보상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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