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업을 할 때 항상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먼저 생각합니다." 뉴트리원을 이끌고 있는 이 기업인이 '건강에 대한 진심'을 꺼냈을 때 월터 아이작슨이 쓴 스티브 잡스 전기의 표지 사진이 떠올랐다. 형형한 눈빛과 알 듯 모를 듯한 미소 속에 살짝 드러난, 가치에 천착하는 표정에서 삶과 기업의 지향점이 엿보였다. 권진혁 뉴트리원 대표이사는 "나는 도화지에 선을 긋는 사람"이라며 "그러면 임직원들이 하늘을, 산을 그린다"고 말했다. 자신이 고객 만족이라는 가치의 첫 발을 떼면 다른 구성원들이 이를 구체적으로 추구한다는 의미로 들렸다. 권 대표는 "직원들에게 '회사를 위해 일하지 말고 자신을 위해 일하라'고 한다"며 창의적 리더십과 수평적 소통을 강조했다. 뉴트리원 도약의 비결이 무엇인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젊은이들에게는 "나의 가치는 내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라며 분발을 당부했다.
-뉴트리원에 대해 소개해달라.
▶건강기능식품 전문가들이 모여 2012년 설립했다.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나간다'는 가치 아래 소비자가 믿고 선택할 다양한 제품을 선보인다. 올해는 '건강에 대한 진심'이라는 새로운 기업 슬로건에 발맞춰 신뢰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층 더 고도화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K-건강기능식품의 세계화를 이끄는 교두보 역할을 해내는 것이 소망이다.

-뉴트리원만의 강점이나 경쟁력은 무엇인가?
▶전문성과 시장의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하고 바로 실행에 옮기는 '빠른 결단력'이 아닐까. 2020년에는 연구개발(R&D) 전담 부서를 새롭게 신설해 차세대 성장 동력이 될 미래 핵심 상품의 코어 기술과 소재를 연구 기획·개발·관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가 확대됨에 따라 2020년부터 온라인 사업 강화에 힘써왔다. 특히 '라이브커머스'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급부상할 것으로 판단, 네이버 쇼핑 라이브를 도입했다. 그 결과 업계 최초로 네이버 쇼핑라이브 최상위권 순위에 포함되는 기록을 달성했다.
-사업을 시작한 특별한 계기라도 있었나?
▶어렸을 때부터 그냥 장사가 하고 싶었다. 고객과 만나면서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이 즐거웠다. 사업을 할 때면 항상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먼저 생각한다.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를 운영했을 당시 호주에 공장을 건립했다. 내가 만족시키고, 매출을 가장 크게 만들 수 있는 소비자가 중국 소비자들이라는 것을 알았는데 그들은 메이드 인 오스트레일리아를 대단히 선호했다. 아직까지 호주, 미국, 한국에 제조 공장을 세운 유일한 한국 기업인으로 회자되고 있다.
-에그리게이터(Aggregators) 사업에 뛰어 들었는 데 어떤 시너지를 기대하나?
▶뉴트리원은 다양한 브랜드를 직접 운영하고 성장시킨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자회사 ㈜딥런을 설립했다. 에그리게이터사업은 잠재력 있는 브랜드를 발굴하고 가치 향상에 도움을 준다. 1호 '엠디스픽'은 무향 스킨케어 브랜드로 올리브영에서 베스트셀러 제품으로 선정되는 등 출시 직후부터 인기몰이 중이다. 대표 상품인 '바리스타 핸드크림'은 무향(無香)인데 대면이 민감해지는 일상생활에서 호평을 얻었다. 앞으로 뷰티 영역을 강화하고, 향수·디퓨저 브랜드를 새롭게 론칭 해 향수 관련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뉴트리원은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자랑한다. 한국 이름 대신 서로를 클레어(오은영 파트장), 코니(장예원 이사), 코스모스(이우주 전무), 제임스(권진혁 대표이사)라고 부르는 식이다. 이는 "회사 보다 자신을 위해 일하라"는 권 대표의 철학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이제는 워라블(Work-life blending) 시대라고 한다.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기보단 자아실현을 이루는 '업무' 역시 중요하다"며 자율과 창의를 역설했다. 이런 기업 문화는 뉴트리원의 경영 실적이 2021년 기준 2천711억원 매출에 21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등 급성장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해외진출 구상은?
▶코로나 이후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은 72조원을 돌파했고 중국도 곧 3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뉴트리원도 2021년 하반기부터 해외시장 진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해 10월 설립한 일본 현지 법인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 12월에는 가파른 인구 증가세에 힘입어 매력적인 시장으로 떠오른 아프리카 시장 공략을 위해 최대 인구보유국인 나이지리아 시장에 첫 진출했다. 또 브라질, 터키 등 해외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며 브랜드 인지도 강화와 신규 유통 채널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장기적인 목표가 있다면?
▶건강기능식품 사업이 더이상 건강 차원을 넘어 일상 속에서 폭넓게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또 기존 사업에서 쌓은 상품 기획력과 브랜딩 노하우, 글로벌 판매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신규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리라고 본다.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이 꿈이다.
-올해 계획은?
▶그동안 단기간 내 빠른 성장을 위해 영업 중심으로 앞만 보고 달려왔다. 하지만, 2022년 하반기부터는 브랜드 회사로 변화한다는 전략 아래 사업 전략 자체를 바꾸면서 재정비 중이다. 2023년까지는 장기적으로 브랜드 전문 회사로 나아갈 수 있는 성장 기반을 쌓는데 힘을 쏟겠다.
-젊은이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들려달라,
▶워라블이 중요하기는 하다. 다만 인생에 있어 일과 삶, 둘 중에서 한 곳에 집중하는 시기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시간이 간다고 내 가치가 올라가지 않으며, 나의 가치는 내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그런 노력 없이는 성공도 없다. 요즘 젊은 세대가 시도해 보기 전에 포기를 먼저 하는 것 같다. 나는 요즘 젊은 친구들이 야망을 크게 가졌으면 좋겠고, 더 치열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권진혁은 누구
초등학생 진혁은 책벌레였다. 지난 1970년대 500권 역사를 쓴 삼중당 문고를 모조리 읽었다고 한다. 중학교 때는 무협지를 섭렵했다. 뉴트리원의 돌풍 이면에는 권진혁 대표의 내공이 한 토대가 됐다. 건강기능식품 전문 제조기업 설립 및 운영을 기반으로, 현재 건강기능식품 유통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업력 22년 차의 베테랑 경영인이다.
2002년 뉴트리바이오텍을 시작으로 2012년 8월 뉴트리원을, 2014년 뉴트리사이언스를 설립했다. 뉴트리바이오텍은 13년 뒤 코스닥에 상장된다. 사업 초기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는 데 매월 4천만원 규모의 사채 이자를 갚으며 끝내 난관을 이겨냈다.
현재 뉴트리원은 약 150종류의 제품을 취급한다. 이 중 눈 건강 전문 브랜드 '루테인 지아잔틴 164'와 이너뷰티 전문 브랜드 '비비랩'이 대박을 터트렸다. '루테인 지아잔틴 164'은 론칭 2년 만에 대한민국 눈 건강 1등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비비랩은 콜라겐 시장의 성장을 주도해 오고 있다. 2022 올리브영 어워즈와 코스모폴리탄 뷰티 어워즈에서 '이너뷰티' 부문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또 고용노동부의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기업에 뽑혔다.
도약 노하우 중 하나는 국내 양대 플랫폼인 네이버·쿠팡을 중심으로 한 채널별 최적화 전략으로 온라인 매출 비중을 확대한 점이다. 배우 정우성, 김희애, 고현정, 전지현과 가수 임윤아 등과 손잡고 펼친 마케팅 전략도 주효했다.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영천을 거쳐 대구에서 청년기를 보낸 그는 사업가로 변신해서는 한 해 20만 마일 넘는 항공 마일리지를 기록할 정도로 지구촌 곳곳을 누비고 있다. 2016년 벤처창업대전에서 동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대구 영진고와 대구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수영 같은 운동은 빼놓지 않지만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하면서 직관과 영감을 얻는다. 경영 활동으로 바쁜 와중에도 어머니를 뵙기 위해 1년에 대구를 7~8번은 찾을 만큼 가정적이다. 권 대표는 "은퇴하고 고향에 내려가고 싶은 생각도 있다"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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