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장] 방탄국회의 민심(民心)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공연문화전문가)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공연문화전문가)

'위례·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 방탄유리에 균열을 가하며 부결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체포동의요청 사유를 15분가량 들며 대장동 의혹을 설명했다. "개발 이권으로 김만배 일당에게 7천886억 원의 이득을 취하게 했다"며 "성남 시민에게 천문학적 피해를 준 범죄"라고 말했다. 10만 원의 휴대폰 이익론도 펼쳤으나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가 나왔다.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149표)을 확보해야 체포동의안이 통과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찬성표를 던진 참석 의원이 절반을 넘지 않아 10표 차이로 부결되었다. 민주당 진영에서는 최대 36명이 무더기 이탈한 것으로 추정했다. 당 대표를 향한 검찰발 총알이 날아오더라도 압도적인 차이로 부결될 것으로 여론전을 펼쳤던 169석의 방탄 민주당은 개표 현장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카메라에 잡힌 이 대표도 표정 관리가 어색해 보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반이재명계를 향한 '수박 색출' 작업에 나섰고 당은 내부 갈등으로 확전되고 있는 모양새다. 내부에서도 현재 체제로 향후 총선과 대선으로 이어지는 시계 초침에서 당의 결속만 강조해서는 민심을 얻을 수 없다며 조기 사퇴론이 강하게 터져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수박 색출 문자 폭탄을 돌리고 있는 강성 지지층들과 당의 내부 갈등을 봉합하려는 정치적 발언을 내고 있지만 속내는 복잡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당원 투표로 재신임을 묻자는 주장도 하고 있다. 공천 응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결 사태에서 "'방탄국회' 오명을 벗을 때 민심과 당을 지킬 수 있다"며 갈등 양상이 심화되고 있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뉴스에 출연해 "이재명 당 대표가 없는 총선이 여당으로서는 더 무서울 수 있다. 현재 체제로 총선을 치르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며 "향후 이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를 야당이 지켜 낼 수 있겠느냐"며 방탄국회를 향한 민심을 해석했다. 한 손으로 '사법 리스크'를 쥐고 총선의 험한 산길을 올라야 하는 야당의 내부 봉합은 쉽지 않아 보인다. 때마다 방탄조끼를 꺼내 입는 것도 야당으로서는 부담일 것이다.

체포동의안 부결과 가결의 외다리에서 민심을 읽은 것은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었다. 유 전 총장의 돌직구는 예상 이탈 표를 30표 정도 근소하게 적중시켰다.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며 방탄용 사당(私黨)이 되어가는 야당을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정치적인 셈법보다 당 대표가 당당히 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정치적 위기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정면 돌파론'이었다. 민심을 읽어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로 판단한 것이다.

여·야의 정치 지형도를 떠나 방탄국회를 바라보는 민심은 싸늘하다. '불체포특권 폐지 추진'은 당시 대선 주자로 나선 이재명 대표의 공약이었다. 불체포특권 폐지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은데도 노웅래 의원 때부터 방탄국회를 자처하며 공약을 폐기하고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개미지옥의 허들 언덕을 넘으며 야당이 총선 고지 완주를 할 수 있는 열쇠는 이재명 대표가 쥐고 있다. '방탄유리'를 스스로 깨지 않고 내부 총질의 반란표를 색출하고 문단속을 하는 것만으로도 민심의 강은 하류(下流)로 흘러갈 것이다. 민심은 정치적인 계산기 셈법과 프레임 공학에 피곤함이 누적되어 있고 여, 야 특권보다는 투명한 것을 원하고 있다. 그만큼 국민 감동은 단순한 데 있다. 돌아갈수록, 사법 리스크의 언덕은 높아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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