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의 판매자는 소비대상의 지역 문화와 정서를 잘 알아야 이윤을 얻을 수 있다. 세계 최다 젊은 층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 인도는 현재 큰 소비 시장이라 한국으로서는 틀림없이 기회의 땅이다.
모디 정부의 '인도에 투자(Invest in India)', '인도에서 제조(Make in India)'라는 정책은 외국인들이 인도 진출로 앞다투어 달려갈 것을 예고하고 있다. 그런 만큼 한국 기업들은 한국의 상품을 가지고 인도에 진출하기에 앞서 인도의 문화와 인도인들의 정서를 잘 알아야 한다.
인도는 종교의 나라인 만큼 명절의 나라이다. 인도의 명절을 통해서 인도의 문화와 인도인의 정서를 잘 이해할 수 있다. 오래된 전통과 역사를 가진 인도에서 달마다 여러 명절이 있고, 곳곳에서 축제가 열린다. 이들 중에 가장 큰 명절은 3월의 '홀리(Holi)'와 11월의 '디왈리(Diwali)'다. 적어도 이 두 개의 명절과 축제는 인도 내의 상품 판매자뿐만 아니라 외국 판매자들에게도 성공을 가져다줄 수 있다.
인도 3월의 명절이 홀리(Holi)이다. 봄의 축제라고도 하는 홀리 명절은 말 그대로 색깔의 축제이다. 이 날 사람들은 함께 술을 마시고, 가족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만난 사람들과 서로 얼굴 위에 부드럽게 다양한 천연의 가루를 뿌리며, 음악 소리에 맞춰서 신나게 춤을 춘다. 꽃을 건조하게 해서 만든 굴랄(Gulal)이라는 다양한 천연 가루를 사용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을 꽃다운 얼굴로 만들어 봄의 활력을 마냥 누리려는 것이다.
왜 인도 사람들이 꽃과 같은 얼굴을 만들려고 할까? 이것은 홀리 명절의 기원과 연관된다. 인도의 힌두교에서 신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크리쉬나(Krishna) 신은 자신의 검정색 피부에 대해서 콤플렉스가 있었다. 그는 어느 봄날, 어머니에게 자기의 얼굴색이 자신의 여자 친구인 라다(Radha)보다 더 어둡다고 불평하자, 어머니는 아들의 콤플렉스를 없애고자 아들에게 천연 가루를 건네주고 "너와 라다의 얼굴에 바르면 둘이 똑같이 보이게 될 것이다."고 하였다.
이에 크리쉬나는 어머니의 말을 따라했고 그 결과 검정색 피부에 대한 열등감을 없앨 수 있게 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크리쉬나와 라다의 천연으로 얼굴을 꾸미는 문화가 전인도 국민의 큰 명절로 자리 잡게 되었다. 크리쉬나의 외모에 대한 열망에서 만들어진 이 명절의 문화가 얼마나 환영을 받았는가는, 4세기 인도의 시인 칼리다사(Kalidasa)가 크리쉬나와 라다의 이 봄꽃 축제를 가지고 '계절의 패션'이라는 작품을 썼다는 것을 통해서 알 수 있다. 현재 인도인들은 이 날에는 술은 물론, 각양각색의 음식을 준비하며, 가족과 지인에게 선물을 준다.
홀리는 인도의 국민에게 정신적인 봄의 명절이라 하면 상인들에게는 사업의 봄의 명절이다. 외모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얼굴을 꽃처럼 만들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인 현상으로 인도와 한국은 특히나 이 현상을 두드러지게 보여주는 나라이다.
한국은 패션의 나라, 술의 나라, 화장품 및 성형수술 기술이 뛰어난 나라이다. 한국의 술, 패선 및 화장품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인도의 홀리 명절을 활용해서 마케팅 전략을 짜는 한국 기업이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구 지역에서는 아예 인도의 명절과 문화에 대해 관심을 두려는 노력을 찾아볼 수가 없다.
예컨대, 인도 국내 말고, 해외에 사는 인도인 교포들이 매년 큰 규모로 홀리를 축하한다. 한국에서도 매년 곳곳에서 홀리 축제가 열리고, 한국에 사는 인도인 교포들은 물론, 다른 나라의 외국인과 한국인도 이날을 함께 즐기며 축하한다. 홀리 축제는 크리스마스나 할로윈처럼 서울, 경기, 부산, 밀양 등 여러 도시에서 열리지만, 대구에서는 열리지 않는다. 이것은 대구의 기업들이 인도 시장에 진출하려는 마음이 있다고 해도 시 차원에서 관련되는 문화적 지원을 제공해주지 않아 상업적으로도 성공할 가능성이 약함을 의미한다.
대구시는 예전부터 다채로움을 추구해온 지역으로 인도와도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6.25전에 참전하여 순국자가 된 운니 나야 인도대령의 기념비가 바로 대구의 범어동에 있다. 따라서 대구시는 인도와 직접 손을 잡고 문화 외교를 펼칠 수 있는 '이유'와 '계기'를 가지는 곳이다.
나야 대령의 기념비를 거점으로 하여 대구시는 인도문화를 소개할 필요가 있으며, 그래야 인도에 진출할 수 있는 물꼬를 틀 수 있다. 대구에서도 인도 관련 축제, 인도 문화의 소개가 이뤄져야 인도 시장에 진출하려는 대구 투자자들의 인도로 가는 길이 수월해질 수 있다.
지금, G-20 정상회담 의장국을 맡은 인도가 세계 정상들을 초대하여 작은 규모부터 서서히 회의를 시작하고 있다. 인도정부가 내건 G-20회의의 주제인 '하나의 지구, 하나의 가족, 하나의 미래'는 3월 5일부터 시작될 홀리 명절의 뜻을 잘 반영하고 있다. 비록 홀리가 외모의 열등감 해소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이 명절에는 외모의 통일성을 추구하자는 의미도 있다. 누가 더 예쁘거나 더 못생긴 일이 없도록, 똑같이 아름다워지자는 것이다.
따라서 이 명절이 오면 인도의 전 국민이 한 마음이 되어 가족 및 지인과 함께 과거의 모든 원한을 잊고 서로 열린 마음으로 포용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도모한다. 홀리 명절의 기본 요소인 메이크업, 술, 춤 이 3요소는 한국 문화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이 공통점을 통해서 한국의 기업들이 우수한 마케팅 전략을 짜야 함에도 그렇게 상품화를 실천한 기업은 없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인도는 비록 채식주의자의 나라라고도 평가되지만, 닭고기를 즐겨 먹는 국민 수가 매우 많다. 비록 인도인들은 탄두리 치킨을 즐겨 먹기는 하지만, 대구에서 출발한 치맥(치킨과 맥주)의 인도 식(式) 상품화는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왜냐하면, 인도인들은 평상시에도 술을 즐겨 먹지만 홀리 축제가 오면 공개적, 합법적으로 많이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도에서, 그리고 인도인들의 시선을 끌려면 홀리 명절을 잘 활용해야 한다.
G-20정상회의는 올해 9월에 인도 뉴델리에서 열릴 것이다. 올해가 한인 수교 50주년을 맞이하는 해인 만큼 한국과 인도는 '특별 전략 동반자'로서 회의를 통해서 얻을 성과를 위해서 지금부터 준비에 나서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인도·태평양정책에서 인도는 핵심적인 나라이다. 인도와 손을 잡고 가려면 인도 관련 문화의 요소를 잘 이해해야 하고 인도인의 정서에 맞는 시장진출전략을 짜야 한다.
오는 11월에 인도의 대명절 디왈리가 있다. 디왈리는 한국의 추석 명절과 매우 유사한 점을 가지고 있다. 한국 상품의 인도 진출을 위해서는 인도에 대한 한국 정부의 열렬한 관심이 필요하다. 지금은 인도 최대 명절 중 하나로 11월에 있을 디왈리 명절의 시장 전략을 서둘러 준비해야 할 때이다. 인도와 한국이 함께 아름다워지고, 함께 행복해져야 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경북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연구원 (afza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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