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11시쯤 찾은 대구 앞산은 불길이 휩쓸고 간 자리마다 온통 잿빛으로 변했다. 검게 그을린 나무와 재로 뒤덮은 흙 사이에서 잔불 진화 작업이 한창이었고 매캐한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남은 불씨가 살아날 것을 염려한 소방대원들은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하게 내디디며 잔불을 정리했다. 야간 진화 작업에 투입하지 못했던 소방헬기도 쉼 없이 물을 퍼 날랐다. 오후 1시쯤 잔불 진화가 끝나자 대원들은 잠깐의 휴식을 가진 후 산에서 내려왔다.
대구의 대표적인 산인 앞산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난 것은 지난 4일 오후 6시 5분쯤이다. 불이 난 곳 주변으로 아파트와 주택가가 밀집한 탓에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화재를 목격했던 인근 사찰 관계자는 "사찰 옆 등산로를 따라 삽시간에 산 정상부로 불이 번졌고, 연기가 사찰을 뒤덮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찰 관계자도 "불길이 대단했다"며 "오후 9시 30분을 지나자 산 능선을 넘어 아래로 내려오려는 조짐이 보였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산림당국은 헬기 2대, 소방차 등 장비 56대, 진화대원 691명을 투입해 4시간 25분 만인 밤 10시 30분쯤 주불을 잡았다. 신용오(58) 중부소방서 남구 119구조대장은 "투입 당시 불길이 아래로 내려오고 있었고 기존 등산로가 아닌 숲을 헤치고 들어가 소방 호스를 연결해 방어선을 구축해야 했다"며 "산이 가팔라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많았다"고 말했다.
박정현(38) 중부소방서 대응관리팀장도 "바람의 방향이 계속 바뀐 탓에 불길을 예측하기 어려웠고, 야간이라 시야도 확보되지 않았던 탓에 진화 작업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산림당국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임야 4ha(헥타르)가 손실된 것으로 추정된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부소방서 관계자는 "8일까지 화재 발생지와 근접한 인근 사찰에 소방차를 배치해 혹여나 발생할 수 있는 추가 산불에 대해 24시간 감시할 계획이다"며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면적 등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20일부터 수도권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건조 특보가 확산하고 있다. 경기 동부와 강원 영동, 경북, 충청 동부, 전남 동부권에 특보가 내려져 있다.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 관계자는 "농번기를 앞두고 소각 등으로 인한 작은 불씨가 대형 산불로 번질 수 있으니 산림과 인접한 100m 이내에서는 화기 사용을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