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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李 대표, 말로만 반도체 걱정 말고 반도체 지원법부터 통과시키길

지난 1월 반도체 재고율이 265.7%로 1997년 3월(288.7%) 이후 25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재고율은 출하 대비 재고가 얼마나 쌓였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높은 재고율은 수요 대비 공급 과잉의 결과로 반도체 경기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우리 경제를 떠받쳐 온 반도체 위기를 보여주는 통계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월 반도체 수출액은 59억6천만 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42.5%(44억 달러) 급감해 거의 반토막이 났다. 1월 44.5% 감소에 이어 7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반도체 경기의 반등 없이는 당분간 수출 회복에 제약이 불가피한, 어려움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을 정도다.

여기에 미국이 겉으로는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앞세우면서 실제로는 자국 중심의 반도체 패권을 추구하고 나선 것도 우리 반도체 기업들에겐 위기다. 미국 반도체 지원법의 보조금 지급 기준엔 독소 조항이 수두룩하다.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과도한 이익을 얻으면 초과 이익을 미국 정부와 공유하고, 현금 흐름 등 상세한 재무계획을 공개해야 하며, 중국에서는 10년간 반도체 시설 확장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게 골자다. 반도체 기업들 입장에서는 미국 정부의 보조금이 족쇄가 될 개연성이 농후하다.

반도체는 수출의 20%가량을 차지하는 등 한국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반도체가 무너지면 경제는 물론 국가가 큰 위기에 직면한다는 점에서 비상 사태가 분명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 보조금 지급 기준 문제점을 지적하며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법안 때처럼 늑장 대응, 부실 대응으로 골든타임을 또다시 놓쳐선 안 된다. 국익 앞에 여야가 따로 없는 만큼 민주당도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다 하겠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이 대표는 말로만 반도체를 걱정하지 말고, 민주당이 반대하는 반도체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비율을 높이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국회 통과부터 실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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