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안 되면 놓을 줄도 알아야 된다

이위발 이육사문학관 사무국장

이위발 이육사문학관 사무국장
이위발 이육사문학관 사무국장

"노력하면 안 되는 게 없다"라고 한다. 타고난 재능에 의해 가능성이 배가 될 수도 있지만 노력해도 안 되는 건 안 된다. 거기에 집착하면 무너지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그 순간 놓을 줄 아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쉽지는 않겠지만 선택의 순간이 운명을 갈라놓을 수 있다.

인간에겐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잠재되어 있다. 어떤 식으로 살아가야 할지는 개인의 의지에 달려 있거나 신이 부여한 운명에 수긍하는 수밖에 없다.

"신은 죽었다." 하지만, 우리가 기댈 수 있는 희망이 있다는 것에 그 누구도 부정하진 못할 것이다.

그 희망을 신의 영역으로 치부해버리기엔 삶의 의미가 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자신을 긍정적으로 컨트롤하는 것이 지름길이다. 그렇게 되면 열받아서 혈압 올라가는 소리 듣지 않아도 된다. 화를 낼 이유가 없고 미워하는 것도 줄어들게 된다. 이런 마음을 가지게 되면 멀리 바라볼 수 있는 즐거움이 동반된다.

마지막이라는 한계에 이르렀을 때 필연처럼 서로를 인정하는 마음도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기대와 근사치엔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해와 더불어 상대를 안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기면서 고마움이 움트게 된다. 그 마음은 빛이 되고 그 빛은 확대돼 즐거움으로 연결된다.

젊은 날 문구점에 우표를 팔러 다녔고, 트럭 운전을 하면서 매일 마트로 음료수를 배달했고, 물장수로 불리던 시절 생수통을 들고 뛰어다녔고, 오리고기를 전국 대리점으로 배달하기도 했다. 당시 이런 일을 하면서도 자학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일을 하는 것이 내 길이 아니란 생각은 늘 하고 있었다. 당시엔 모든 것이 한계였고,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 후의 새로운 삶이 펼쳐지기까지 지난 과정이 없었다면 오늘의 나는 없었다.

사람은 개개인의 입장이란 것이 누구에게나 다 있다. 사람으로서 감수해야만 하는 한계도 가지고 있다. 신이 사람이 아닌 것처럼 신도 사람이 아니다. 일부 사람은 신과 대등한 관계로 착각하기도 한다. 삶에서도 그런 관계를 믿는 어리석음도 가지고 있다. 거기에서 벗어나 인간의 한계를 인정했을 때 마음이 안정된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그것이 진정한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건강한 삶의 출발점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면 된다.

학력과 직장이 주목받는 세상이지만 밖으로 드러난 간판이 행복을 주진 않는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게 최선의 행복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는 게 쉽지는 않다. 그 이유는 인간의 본성인 욕망 때문이다.

'욕망의 진화'의 저자 데이비드 버스는 "우리 삶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인간관계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우리 눈을 스스로 가려왔던 커튼을 걷고 똑바로 현실을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여기에서 눈을 가려왔던 커튼이란 욕망을 의미한다. 욕망이 앞서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할뿐더러 그 욕망에 빠져 허우적거릴 수도 있고 성취하더라도 결국 무너지게 되어있다.

진정한 예배란 예배당을 떠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했다. 진정한 예술도 예술 책을 덮는 순간부터라고 했다. 새로움의 시작, 깨어남의 출발도 여기에서 행복이 싹튼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 내가 알고 있는 배움은 어느 순간 내려놓게 되면 그동안 보지 못한 것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놓는 법을 배우면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는 믿음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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