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상근 전문위원으로 검사 출신 한석훈 변호사를 선임한 것을 놓고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고도의 전문성이 필수인 기금 운용에 '문외한'인 검사 출신을 기용하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복지부는 문제가 없다고 한다. 투자 전문가가 아니라도 법률 부문에서 5년 이상 경력이 있으면 되는 자격 요건을 갖췄다는 것이다. 한 위원은 20년간 검사로 근무하다 2007년부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상법 등을 강의했다.
하지만 지금 국민연금 운용위 상근 전문위원에 요구되는 것은 이런 형식적 요건 충족이 아니라 기금 고갈 위기에 처한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 제고를 위한 전문성이다. 어떤 기준으로도 한 위원은 이에 부합하는 전문가가 아니다. 한 위원은 자산 운용과 관련된 연구나 실무 경험이 전혀 없다.
지난해 국민연금 기금의 운용 수익률은 -8.22%로 1999년 기금운용본부 출범 이래로 가장 낮았다. 이 바람에 적립금은 890조5천억 원으로 1년 새 79조6천억 원이 날아갔다. 연금 기금 운영 수익 저조는 작년만이 아니다. 최근 10년 수익률은 연평균 4.7%로, 캐나다(10%), 노르웨이(6.7%), 일본(5.7%)보다 낮다.
이렇게 된 결정적 이유는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성 부재이다. 20명의 위원들 중에서 투자 전문가는 한 명도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비전문가인 한 위원을 선임하다니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연금 개혁'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의지도 의심받을 수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뿐만 아니다. '검사 공화국'이라는 야당의 정치적 공격이 먹혀들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정부 출범 이후 금융감독원장, 국가정보원 기조실장, 교육부 장관정책보좌관, 서울대병원 감사 등에 모두 검사 출신이 임명됐다. 물론 이들이 모두 임명받은 자리가 요구하는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도 잇따른 검사 출신 중용은 '이 나라에는 검사 출신밖에는 사람이 없나'라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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