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韓 강제징용 해법 제시, 日 전향적 호응 조치로 미래 열어야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해법으로 행정안전부 산하 재단이 조성한 재원으로 피해자들에게 우선 변제하는 '제3자 변제' 방식을 공식 제시했다.

강제징용 문제는 한일 외교의 최대 난제이다. 일본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배상 문제는 끝났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자금을 받았다고 해서 개인 청구권이 소멸되느냐'는 문제가 대두됐다. 노무현 정부는 "정부가 일본에 다시 법적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결론 내렸다. 법원도 그런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2012년 대법원이 '청구권이 살아 있다'는 해석을 내리면서 딜레마에 빠졌다. 대법원 판결을 따르자니 국제 합의를 깨야 하고, 판결을 무시할 수도 없게 된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징용 문제 해법은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전범 기업들의 직접 배상과 거리가 있는 '해법'이기 때문이다. 야당과 시민 단체들은 '굴욕 외교'라며 정부를 규탄하고 나섰다. 예견된 일이다. 징용 문제, 위안부 문제는 일본이라는 상대가 있는 문제라 우리 국민들이 만족할 만한 협상 결과를 내기는 어렵다. 그래서 역대 정부는 해법을 모색하는 대신 현 상태를 유지하거나, 일본 규탄으로 국민적 인기를 얻는 데 집중했다. 윤 정부도 징용 해법을 내놓기까지 참모들 사이에 신중론이 많았다고 한다. 2015년 위안부 합의 때처럼 여론 역풍을 염려한 것이다.

강제징용 피해자 대부분이 90세 이상 고령으로 잇달아 생을 마감하고 있다. 2018년 이후 한일 관계 경색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물론이고, 북한 핵과 중국 위협,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 한·미·일 간 전략적 공조도 시급하다. 윤 정부의 징용 해법은 만족스럽지 않다. 하지만 이대로는 국가적 손실만 커진다는 판단 아래 현실적 해법을 제시했다고 평가한다. 한국 정부가 전향적 해법을 제시한 만큼 일본 정부도 발전적인 후속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이미 끝난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한다면 일본 국내의 반발에 함몰돼 미래를 외면하는 무책임한 정부임을 자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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