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교칼럼] 나는 실인가? 바늘인가?

송기섭 목사(전 대구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송기섭 목사
송기섭 목사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미국의 '로라 윌킨스'는 다이빙 여자 10m에서 36년 만에 미국에 금메달을 안겨줬다. 당시 강세였던 중국이 1,2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여론이 대부분인 때였다.

그녀는 16살 때 늦깎이로 다이빙에 입문했고, 더욱이 올림픽 출전 6개월 전에 훈련하다가 오른쪽 발가락 3개가 부러져 수주일 동안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집고 다녀야만 했다.

시합 당일에도 몸이 완전히 나아지지 않아, 시합이 끝나고 난 다음에 수술을 다시 받게 돼있었다. 결승전에 진출하는 것도 다행이라 생각할 정도였다.

이 10m 다이빙은 총 5번 뛰어내리는 시합인데, 그녀는 첫 번째 두 번째 모두 5위를 했다. 1등하고는 60점이나 차이가 났다.

그런데 세 번째부터 대반전이 일어났다. 세 번째 시합에서 그녀가 1등을 한 것이다. 네 번째 시합에서도 또 1등을 했다. 그런데 그녀가 뛰어내리기 전에 무언가 입으로 중얼중얼 거리는 모습이 포착되었데, 알고 보니 그 중얼거리는 내용이 빌립보서 4장 13절이었다. "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 그녀는 이 말씀을 붙잡으며 믿었고, 마지막 최고 난이도인 5차 시합에서도 1등을 해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된 것이다.

내게 능력을 주시는 예수님이 내 생각과 내 삶 안에 있기만 하면 나는 달라질 수 있다. 변할 수 있다. 놀라운 일을 체험할 수 있다.

나는 동막교회에서 담임목사로 섬긴 지 벌써 30년이 돼간다. 늘 부족함과 한계를 많이 느낀다. 그 때마다 빌립보서 4장 13절을 외우며, 기도한다. 나는 비록 종이에 불과해도 내가 바위에 딱 붙어있는 종이라면 바위를 깨뜨리지 않고는 종이를 찢을 수 없지 않는가. 예수님은 내게 능력주시는 바위이니, 내가 예수님께 붙어있으면 내가 버틸 수 없는 것도 버티게 해주실 것이라 믿고 목회해왔다. 그로 인해 내게 능력주시는 주님이 내가 할 수 없는 일들을 친히 이뤄가시는 은혜와 기쁨을 누리며 지금까지 목회할 수 있었다.

하루는 양복의 단추가 떨어져서 급하게 실과 바늘을 구해 단추를 꿰맨 적이 있다. 이 때 실과 바늘을 보면서 빌립보서 4장 13절 말씀이 생각났다. 나는 실처럼 종이도 뚫지 못하는데 하물며 두꺼운 옷감을 어떻게 뚫을 수 있을까? 그러나 실이 바늘귀에 매여 있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바늘이 두꺼운 천을 뚫고 지나갈 때 실은 바늘이 지나간 자리를 따라 통과하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나중엔 실만 남는다.

그렇다. 비록 내가 실이라도 바늘이 실보다 앞선다면, 내가 실이라도 바늘귀에 매여진 실이라면, 내가 실이라도 바늘을 따라 행하기만 한다면, 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인 내가 마치 바늘인 것처럼 바늘보다 앞장선다면 아주 얇고 얇은 습자지도 뚫지 못한다. 주님이 나보다 앞장서고, 포도나무 가지인 내가 포도나무에 붙어있듯이 바늘귀에 꼭 붙어 떨어지지 않고, 바늘을 따라 움직일 때에 결국 실은 옷감을 뚫고 그 자리에 남는 실의 기적을 체험할 수 있다.

내 비록 실이라도 낙심하거나 절망할 이유가 없다. 바늘귀에 매여있는 실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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