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尹 대통령이 아기 업고 도어스테핑 한다면

송신용 서울지사장
송신용 서울지사장

중국 여행 붐이 일던 한 세대 전 중국의 도회지나 관광지에서 어린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베이징 같은 대도시나 시안 등의 역사 도시나 한결같았다. 소황제(小皇帝)라는 말이 유행하던 시기였다. 중국 정부가 인구 팽창을 억제하기 위해 '한 자녀 갖기'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1980년대 이후 집마다 자녀라고는 독자(獨子)로 태어나 황제처럼 자란 어린이 1명뿐이었다. 대륙굴기(大陸崛起)를 외치며 G2(주요 2개국)에 올랐고, 마침내 미국을 뛰어넘겠다던 중국몽(中國夢)이 인구 감소와 급속한 고령화로 물거품이 될 줄 중국 정부는 짐작조차 못 했을 것이다.

반면 인구 2억4천만 명이자 출산율이 높은 아프리카의 인구 강국 나이지리아는 2050년에 세계 15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2075년 글로벌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2050년 나이지리아와 인도네시아 등 인구 대국의 경제 규모가 한국을 앞지른다고 내다봤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로 올라서고, 아프리카의 또 다른 인구 대국 이집트도 비약적인 성장을 이룰 것이라는 게 골드만삭스의 분석이다. 필리핀의 경제 규모도 2075년에는 세계 14위로 뛴다.

남의 나라 얘기할 때가 아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저출산·고령화 국가인 한국의 경제 규모는 20여 년이 흐르면 현재 12위권에서 15위권 밖으로 밀려난다. 통계청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지난해 역대 최악의 합계출산율(0.78명)을 기록했고, 신생아 수는 24만9천 명에 그쳤다. 2012년 48만 명에서 10년 만에 반토막 났다. 인구 5천만 명 붕괴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200조 원을 쏟아부은 저출산 대책도 백약이 무효다. 성장은커녕 나라가 무너질 판인데 대통령실과 나경원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표 선출 문제로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다가 파국을 맞았다.

지난 1월 '김건희, 장애아 입양 母性愛(모성애) 이미지로 반전을'이라는 칼럼이 반향을 일으켰다. 조강환 위암 장지연기념회 회장(전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대한언론' 기고에서 "예의가 아니지만 김건희 여사는 대통령 영부인이기에 한마디 하고 싶다. 애완견을 10마리나 기른다고 하는데 개 기르는 데만 신경 쓸 게 아니라 불우한 처지의 아이들을 입양하면 어떨까 하는 '국민' 제안을 하고 싶다"고 썼다. 그러면서 "장애아라면 더더욱 아름답다"고 덧붙였다.

사실 유산 경험이 있는 김 여사로서는 아픔이 여전하겠다. 김 여사는 늦은 나이 결혼 후 어렵게 아이를 가졌지만 남편(당시 대검 중앙수사부 1과장)의 직장 일로 몸과 마음이 지쳐 잃었다고 토로했다. 예쁜 아이를 낳으면 업고 출근하겠다던 남편의 간절한 소망도 들어줄 수 없게 되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꼴찌의 인구절벽 국가로 전락했다는 데 생각이 미치면 가정적으로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아쉬운 일이다. 저출산 극복의 한 사례로 영부인의 모성애를 지켜볼 기회가 생겼을 텐데 안타깝다.

김 여사가 아기를 갖는다면 윤 대통령이 업고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을 그려 본다. 아이 키우는 고통에 시달리는 젊은 세대에 던지는 출산과 육아 장려 메시지가 적지 않을 것이다. 안 그래도 언론과의 충돌로 도어스테핑을 중단한 지 100일을 훌쩍 넘긴 현실에서 인간적인 면모와 소통의 이미지로 국민 통합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믿는다. 수렁의 끝이 보이지 않는 저출산→저성장의 고리가 국가 재앙으로 귀결되는 게 불 보듯 하기에 해본 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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