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양이 시냇가에서 물을 마시고 있었다. 그때 늑대 한 마리가 나타나 어린 양에게 호통을 쳤다. "이 어린놈아! 내가 마실 물을 왜 흐리고 있느냐?" 어린 양은 겁을 먹었으나 주위를 살펴본 후,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저는 하류에 있는데 어떻게 제가 늑대님이 마실 물을 흐릴 수 있나요?"
늑대는 순간 말문이 막혔지만 다시 호통쳤다. "네 이놈, 지금 보니 작년에 날 욕하고 도망갔던 그 녀석이로구나!" 어린 양은 기가 막혀 한마디 더 했다. "저는 작년에 태어나지도 않았는데요…." 또 할 말이 없어진 늑대는 잠시 고민 후 외쳤다. "그렇다면 날 욕한 놈이 네 형이겠구나. 그 대가로 널 잡아먹을 테니 원망하지 마라!"
결국 늑대는 말 같지도 않은 황당한 소리로 어린 양을 잡아먹어 버리고 말았다는 프랑스 유명 우화 작가 라퐁텐의 '늑대와 어린 양'(Le Loup et lAgneau)의 주요 내용이다. 어린 양은 늑대의 황당한 소리에 논리적으로 대응하며 늑대의 말문을 막는다. 하지만 늑대가 한 말이 황당하고 거짓임을 주장해도 소용이 없다. 늑대는 반성도 사과도 하지 않고 또 말도 안 되는 다른 이상한 소리를 계속하며 어린 양을 위협한다.
이런 식의 말하기를 우리는 뭐라고 불러야 할까. 프린스턴대학교 철학과 교수였던 래리 G. 프랑크푸르트는 1986년 발표한 'On Bullshit'라는 논문을 통해 늑대가 하는 이런 말을 '헛소리, 개소리'(bullshit·이하 헛소리로 통칭)라고 정의했다.
프랑크푸르트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헛소리를 하는 인간'은 가끔 거짓말쟁이들도 느끼는 작은 양심의 가책조차 없이, 아무렇게나 내뱉고 되는 대로 지껄인다는 것이다. 또 헛소리는 거짓말보다 우리 사회에 더 해롭고, 거짓말쟁이(liar)보다 '헛소리하는 인간'이 더 나쁘다고 한다.
그런 헛소리가 수백 년 전 우화 속에만 있지 않다. 지난 2월 6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야당 의원들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불러놓고 마치 어린 양을 잡아먹을 핑계를 대고 싶은 늑대처럼 한 장관을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난 듯한 개소리 향연을 펼쳤다. 포문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열었다. 그는 "장관은 들기름, 참기름 안 먹고 아주까리 기름 먹어요"라고 질문했다. 한 장관이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라고 되묻자, 정청래 의원은 다시 한번 쏘아붙였다. "왜 이렇게 깐족대요." 이는 개가 똥을 싸듯 얼토당토않은 아무 말이나 마구 내뱉어 내는 헛소리의 전형으로 여겨진다. 박성준 민주당 의원도 그에 질세라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왕' 자 쓴 거 알죠"라고 황당한 질문을 했다. 이에 한 장관이 "나에게 물어볼 일이냐"고 응수하자, 박 의원은 즉각 "그럼 왕세자가 도대체 누구냐. 세자 책봉했다. 그것은 바로 한동훈 장관 아니겠느냐"고 말 같지 않은 말을 했다. 이런 우리 국회 모습을 보면 우스꽝스러움을 넘어 서글프고 '너는 작년에 나를 욕했던 양의 동생 아니냐'고 헛소리를 하며 양을 잡아먹던 늑대 모습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하나의 헛소리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공판에서 이 대표의 "성남시장 재직 시절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고 한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라는 검찰의 공소와 관련해 이 대표 변호인단은 "사람을 안다거나 모른다는 것은 주관적이고 내부적인 인지 상태에 관한 표현에 불과하다" 또 "(사람을) '안다'라고 할 수 있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고 주장했다. 정말 거짓말보다 더 나쁜 헛소리라고 아니 할 수가 없다.
이 대표와 그 변호인들에게 묻는다. 그러면 당신들은 성남 시민들도, 경기 도민들도 모르겠네. 또 문재인 전 대통령도 모른다고 하겠네…. 변호사 시험 과목에 국어 시험을 추가하자. 이날 이 대표의 변호인단은 김종근, 이승엽, 최지영 변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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