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서진이네’, 글로벌 K스타들의 멕시코 한식점 운영

tvN 예능 ‘서진이네’, 멕시코에 이서진이 연 한식 프랜차이즈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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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서진이네' 공식홈페이지 캡처

나영석 사단이 해외에 나가 한식당을 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윤식당'이 아니라 '서진이네'다. 사장으로 승진한 이서진이 멕시코에 낸 한식 프랜차이즈.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서진이네'. '윤식당'과는 다른 무슨 맛이 조화를 부린 걸까.

◆'윤식당'이 '서진이네'로 돌아와

2017년 개업(?)한 tvN '윤식당'은 나영석 사단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성공사례였다. 즉 이전까지 해왔던 여행 예능들과는 달리, 아예 해외에 한식당을 열고 그곳에 정주하며 외국인들에게 음식을 파는 새로운 세계를 연 것이다. 윤여정이 사장이자 메인 셰프로 자리했고, 이서진이 남다른 경영에 대한 야망을 드러냈으며 여기에 정유미가 셰프를 보조해주는 인물로 세워졌다. 1호점은 발리에서도 배를 타고 들어가는 섬에 열렸는데, 영업 하루 만에 해변정리사업으로 인해 폐점되는 충격적인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곳에 부랴부랴 다시 연 1호점으로 이 역사적인(?) 프랜차이즈가 시작됐다.

정주형 여행 예능의 성격을 갖고 있는데다, 한식을 매개로 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쿡방과 먹방의 요소가 더해졌다. 게다가 외국인들이 한식을 먹고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에 대한 관전 포인트가 생기면서, 이것이 음식을 통한 문화 교류와 소통의 장이 되기도 했다. 비비고 같은 한식 브랜드를 전 세계에 전파하고 있는 CJ의 입장에서도 이 예능 프로그램은 전략적인 의미까지 가질 수 있다. 그건 일종의 외국인들이 한식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에 대한 '실험'의 성격도 갖는 것이고, 나아가 그 자체로 한식 홍보도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윤식당'은 그런 의미에서 출연자도 그 식당을 찾는 외국인들도 또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이를 제작하는 CJ입장에서도 모두가 이득일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윤식당'은 그렇게 발리에서 첫 번째 한식당의 신고식을 치른 후, 2018년 스페인 가라치코 마을에서 시즌2를 찍으며 확실한 프랜차이즈 예능의 존재감을 알렸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길이 막혔다. 해외로 나가는 길 자체가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참다 참다 2021년 전남 구례에서 '윤스테이'라는 제목으로 외국인들을 초대해 접대하는 스핀오프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하지만 '윤식당' 특유의 해외에서 펼쳐지는 예능의 맛을 온전히 내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2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엔데믹 분위기와 더불어 해외로 나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윤식당'의 대표인 윤여정이 시간을 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미나리'에 이어 '파친코'의 시즌2 촬영에 들어가면서 글로벌 스타가 된 윤여정은 본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됐기 때문이다. 결국 나영석 PD는 이서진을 초보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윤식당'의 스핀오프이자 또 다른 프랜차이즈 예능의 시작인 '서진이네'로 돌아왔다. 경험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서진은 대표에 등극하면서 시즌1부터 함께했던 정유미를 이사로 또 시즌2부터 함께 했던 박서준을 부장으로 세웠다. 최우식은 '윤스테이'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줬지만 호텔과 식당은 다르다는 이서진의 주장대로 최우식은 새로 참여한 방탄소년단 뷔와 함께 인턴이 됐다. 그렇게 멕시코 바칼라르라는 마을에 '서진이네' 간판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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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서진이네' 공식홈페이지 캡처

◆'윤식당'과는 무엇이 달라졌나

그렇다면 '서진이네'는 '윤식당'과 비교해 무엇이 달라졌을까. 장소가 멕시코 바칼라르라는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 관광지라는 점이야 늘 새로운 여행지를 찾아가는 것이니 달라졌다 하긴 어렵다. 무엇보다 한식으로 라면과 떡볶이, 김밥을 내놓고 가게를 찾는 외국인 손님들이 그걸 먹고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를 들여다보는 가장 중요한 '서진이네'의 관전 포인트는 '윤식당' 그대로였다. 또한 외국인 손님들과 음식을 매개로 나누는 소통이 주는 훈훈한 분위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달라진 건 위치가 바꾼 역할의 변화였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대표가 된 이서진은 '서진이네'의 경영철학을 딱 한 마디로 "수익이 왕이다"라고 밝혔다. 즉 적당히 외국인들에게 음식을 대접한다는 마인드가 아니라, 이를 통해 진짜 가게처럼 수익을 내보겠다는 욕망을 드러낸 것이다.

"식당을 한다는 거는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거지. 그럼, 재료값이라도 벌어야 한식을 알리지. 그럼 뭐 자선사업입니까 이게?" 이서진의 이 말은 이 프로그램이 가진 진정성과 리얼리티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윤식당' 때도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장사도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서진이네'는 대표로 나선 이서진이 좀 더 적극적으로 장사의 리얼리티를 보여주겠다고 한 것이다.

실제로 이서진은 손님이 별로 오지 않자 해외에서 한식이 요즘 핫하다는데 뭐가 핫하냐고 투덜대기도 했고, 그러다 예약 손님들이 한꺼번에 몰려오자 기쁜 마음에 보조개를 숨기지 못했다. 이러한 조변석개하는 마음이 여실히 드러났고 장사가 잘 안되자 새로운 메뉴에 욕심을 부리는 모습도 보였다. 게다가 새로 들어온 뷔가 '직원 복지'를 끄집어낼 때 '악덕 기업주' 같은 캐릭터로 "서진이네에 노조는 없어"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이러한 대표의 욕망과 그것 때문에 조금 힘들어하는 직원들 간의 밀당이 '서진이네'의 조금 달라진 면모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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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서진이네' 공식홈페이지 캡처

◆진짜 달라진 건 이들의 위상

하지만 이런 미세한 변화가 '윤식당'과는 달라진 '서진이네'의 차별점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소소하다. 어찌 보면 달라진 게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메뉴만 봐도 알 수 있다. 라면, 떡볶이, 김밥을 하다가 이제 치킨으로 넘어가는 메뉴의 변화는 '윤식당' 시즌1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서진이네'에 빠져든다. 첫 회 시청률 8.7%(닐슨 코리아)로 시작한 프로그램은 2회에 9.3%로 상승했다. 그리고 이 흐름을 갈수록 이 멕시코의 한적한 마을에 적응해가고, 또 한식점 운영에도 적응해가는 출연자들의 면면과 더불어 더욱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는 달라지지 않은 '서진이네'의 그 변함없는 재미를 코로나19를 겪어오며 시청자들이 사실상 그리워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쿨타임이 지나도 한참 지난 상황이라, '서진이네'는 변화보다는 해왔던 대로의 면면으로 시청자들이 그리워했던 그 광경들을 재연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서진이네'를 새롭게 보게 만드는 요소가 없는 건 아니다. 그건 프로그램 안의 변화 때문이 아니고, 프로그램 바깥에서 출연자들이 그간 만들어낸 변화에서 비롯되는 일이다. 즉 2017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출연진들이 지금 같은 글로벌 K스타가 될 줄은 결코 몰랐었다.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그 위상이 하도 높아져서 아예 참여하기가 어려워진 윤여정이 그렇고, 아카데미 4관왕을 거머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으로 글로벌 배우로 급성정한 최우식이 그렇다.

게다가 넷플릭스를 통해 K콘텐츠의 위상이 한껏 높아지면서 이제 '서진이네'를 찾은 외국인들이 K드라마, K무비 배우가 아니냐고 말하는 박서준이나 정유미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나영석 PD는 '이태원 클라쓰'를 통해 멕시코 사람들도 박서준을 알아보는 데 놀랐다고 필자에게 말한 바 있다. 여기에 전 세계를 강타한 K팝의 선두주자인 방탄소년단의 뷔가 인턴으로 합류했다. 이들의 위상만으로 '서진이네'는 어벤져스급 K스타들이 운영하는 한식당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변함없는 재미에 달라진 위상이 주는 새로운 관전 포인트. '서진이네'의 순항이 예상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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